자국 데이터 무시하고 파리협정까지 탈퇴해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보면 이 같은 입장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구 온난화 개념은 중국에 의해, 중국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제조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기 위한 수단이다.(The concept of global warming was created by and for the Chinese in order to make U.S. manufacturing non-competitive)"지구 온난화 문제를 한 순간에 '중국 개념'으로 왜곡시켜 버렸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연구해 온 과학적 데이터를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이 중심이었습니다. 자국의 과학적 데이터까지 무시하는 트럼프를 두고 전 세계 과학자들은 트럼프에 대해 '과학적 탄핵'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리협정은 오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입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지구 평균온도.[자료제공=NASA]
◆"트럼프! 여길 봐!"=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과학적 데이터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해수면, 지구평균온도, 대양온도, 해빙규모 등 입체적 데이터를 종합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NOAA와 NASA가 파악한 그동안의 데이터를 보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해수면은 상승했습니다. 해수면은 지난 세기보다 약 20㎝(약 8인치) 높아졌습니다. 지구 평균온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이래 지구 지표면 온도는 약 1.1도 상승했습니다. 온도 상승의 주 원인은 이산화탄소와 인간이 만든 배출가스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의 빙하와 북극의 해빙은 갈수록 그 양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곳곳에 이상기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 아닌 홍수와 가뭄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구 역사 45억 년 동안 지구는 몇 번의 대멸종 시기를 경험했습니다. 그중 페름기 대멸종은 눈여겨볼 점입니다. 2억5000만 년 전에 해양생물의 96%, 육지 척추동물의 70%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온실가스가 증가해 평균온도가 약 6도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과학계의 분석입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1850년과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00ppm으로 증가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400ppm을 한계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 지구 평균 온도는 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름기 대멸종 시기와 비슷한 환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자료제공=NASA]<br />
◆과학계에서는 이미 탄핵받은 트럼프=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과학계에서는 트럼프가 이미 탄핵받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네이처지는 최근 이 같은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트럼프는 석탄시대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파스칼(Jean-Pascal van Ypersele) 벨기에 가톨릭 루뱅대학교수이자 전 IPCC 부의장은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은 미국 과학자들이 그동안 분석한 과학적 데이터를 무시한 것은 물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제시한 공기 질, 에너지 안보, 건강, 일자리 창출 등에도 반하는 조치"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많은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기후변화 과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며 "트럼프의 탈퇴 선언은 이 같은 그동안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토마스 스토커(Thomas Stocker) 스위스 베른대학 기후와 환경 물리학자는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 대한 무책임한 행태"라며 "탈 이산화탄소화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아떼 코홀라(Atte Korhola)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원은 "트럼프의 선택은 매우 실망스럽고 미국과 전 세계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 기대될 곳은 미국 주정부와 도시, 기업들이 (트럼프의 선택을 거부하면서) 파리협정에 따라 행동을 취하는 것 밖에 없다"고 주문했습니다. 벤자민 샌터(Benjamin Santer)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기후변화 학자는 "이번 트럼프의 결정은 전 세계인들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전 세계는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미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꼴"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과학 분야 예산 삭감한 트럼프=트럼프는 2018년도 예산안을 제시하면서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11%,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18%,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30%를 각각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나사의 관련 예산 삭감이 눈에 띕니다. 지구과학에서 8.7%에 이르는 규모로 삭감됐습니다. 19억2000만 달러에서 17억5000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나사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측정 위성, 심우주기상관측위성, 에어로졸 임무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나사의 전략인데 이 계획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예산도 약 5.3% 줄었습니다.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연구가 더딜 것으로 예상됩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트럼프가 에너지부의 핵안전보호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NNSA)의 예산은 유독 늘렸다는 데 있습니다. 이곳은 핵무기와 관련된 기관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 예산은 19%, 대양·해변·대호수 등에 대한 연구는 무려 48% 가까이 줄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과학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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