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는 지금]'서울로 7017' 롤모델 뉴욕 하이라인의 현재

경제효과 키운 '하이라인 공원'…뉴욕시민 발길은 줄었다

붐비는 뉴욕 하이라인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인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1970년 개통한 서울역 고가를 2017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업비 597억원을 3년이란 시간 동안 투자한 거대 프로젝트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담았지만 아직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섞여있는 듯하다. 공공시설물, 그것도 비싼 가격의 공공시설물이 견뎌내야 할 운명이다. '서울로 7017'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대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3년 전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High Line Park)'을 보고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다. 비판도 있긴 하지만, 하이라인 역시 개장 초기에 수많은 비난과 조언들을 받아 성장한 공공 구조물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나치게 관광지화됐다는 새로운 질책도 나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로 7017'의 '롤모델'이 하이라인이었다면, 현재 하이라인은 어떤 식으로 변화했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뉴욕 하이라인 공원 현황. 2009년부터 2014년까지 3차례에 걸쳐 계획대로 구간을 추가 개통했다.

◆8년간 나무처럼 자라난 하이라인= 2009년 6월8일, 지금의 '서울로 7017'이 문을 연 것처럼 뉴욕 맨해튼 남서쪽에 위치한 갱스부르가에서 20번가까지 이어진 짧은 고가공원인 하이라인의 개장식이 열렸다. 1999년 철거 예정이던 고가철도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이 철거대신 공원화를 주장하던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인 지 딱 10년 만에 공원으로 거듭났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개장 당시 "뉴욕시의 미래를 위한 매우 독특한 선물을 개봉하는 날"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이라인이 개장하던 날에도 비난은 많았다. 당시 기사를 읽어보면 '기찻길을 보수하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나', '유모차를 모는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제발 돈을 들였으면 아름다운 구조물을 만들어라' 등등의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런 비판을 인식하면서도 강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점점 발전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 대신, "2014년까지는 34번가까지 이 길을 연장하겠다"며 "투자금 이상은 벌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명확한 계획을 내놨다. 뉴욕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휘트니 미술관을 2015년에 하이라인 근처로 이전하겠다는 계획까지도 이미 2009년에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비용을 투자한 만큼 결과물을 확실히 내겠다는 비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뉴욕시장은 교체됐지만, 하이라인 프로젝트는 그대로 이어졌다. 시장 임기 내에 무조건 결과를 내겠다는 비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투자가 가능했다. 덕분에 2011년엔 30번가까지, 2014년엔 34번가까지 계획대로 하이라인이 뻗어나갔다. 이번에 전 구간을 완공한 것은 빌 드블라지오 시장으로, 기획에서 완공까지 15년의 기간이 걸린 셈이다. '서울로 7017'도 초기의 비난이 있지만, 명확한 비전과 결과물이 있으면 비난은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대신 명확한 목표와 꾸준한 투자는 필수 요소다. ◆인근지역 '후광효과' 만든 하이라인= 뉴욕시는 하이라인으로 인해 확실한 경제적 성과를 냈다. 일명 '하이라인 후광효과'는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크게 나타났다. 미국 부동산 업체 스트릿이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현재까지 하이라인 1구간 근처 부동산 매매가격은 50.6% 올랐으며 2구간 인근 가격은 48.2%나 상승했다. 비교적 최근에 개통한 하이라인 3구간 근처 매매가격도 31.4% 뛴 것으로 조사됐다. 슬럼화됐던 지역을 세련된 이미지로 바꿔놓은 덕분에 인근 부동산 가격이 확 뛴 것이다. 하이라인이 조성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최근에 지어진 새 건물들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하이라인 바로 옆에 위치한 빌딩의 매매 가격은 불과 두 블럭 떨어진 인근 지역에 비해 20%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 평균 매매가도 4400만~600만달러 수준으로, 두 블럭 떨어진 인근 지역의 빌딩 평균 가격 193만달러보다 훨씬 높게 조사됐다. 하이라인으로 인한 경제 창출 효과는 11억달러에 달한다는 세계적 도시재생 전문 컨설팅사 HR&A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중 관광객이 소비하는 금액만 90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라인 공원을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따로 없지만, 인근에 조성된 식당과 술집, 숙박시설 등으로 인해 투자비용 이상의 세금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서울로 7017' 역시 이미 부동산 시장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만리동 아파트 3.3㎡당 시세는 1963만원을 나타냈다. 2015년 3분기 기준 1725만원에서 꾸준히 상승한 모습이다. '서울역센트럴자이'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8억7000만~9억원에 달한다. 2014년 분양가가 6억9000만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양 당시보다 2억원 이상 더 오른 셈이다.남대문시장과 회현동 인근의 상권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가도로로 인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주변 지역의 상권 재정비가 함께 이뤄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이라인

◆뉴욕시민은 찾지 않는 뉴욕 하이라인= 그러나 하이라인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년간 하이라인이 성장하면서, 뉴욕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물이라는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문을 연 지 어느덧 8년, 현재 하이라인은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만큼 날씨가 좋은 날, 특히 주말이면 하이라인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여유롭게 걷는 것은 물론이고 기념용 사진을 하나 찍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2012년에만 해도 널찍한 벤치에 뉴욕 시민들이 여유롭게 앉아 독서를 즐겼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서로 벤치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한다. 경제적 효과는 확실히 창출하긴 했지만, 더 이상 시민들의 공간은 아니라는 증거다. 최근 뉴욕에서 하이라인은 '허드슨 강 인근의 디즈니랜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뉴욕 시민은 "주말에 하이라인에 가는 건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하이라인 창립멤버조차도 이 공원에 대해 '성공이라 불리는 실패'라고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백했다. 1999년 줄리아니 시장에게 고가철로의 공원화를 주장한 시민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 멤버인 로버트 해먼드는 "이제 이 공원은 더 이상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과 거주자들에게 훌륭한 공원이 아니다"라며 "너무 디자인에 집중한 나머지 거주자와 소수자들에게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로 7017'도 중국인, 일본인 등 관광객들의 인파로 붐빌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근의 부동산 가격은 뛰고 상권은 활성화되겠지만 정작 서울시민은 배제될 수 있다. 최근 하이라인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부를 받고,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멤버십 제도를 만들어 시민들의 참여와 시민만을 위한 공간을 늘리고자 하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시민이 배제된 공간은 죽어버린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이라인 창립멤버 해먼드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이라인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버려진 건물과 구조물을 재건축하는 기조가 생겼는데, 하이라인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간과하지 말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이라인 설립을 주장한 이 단체는 최근 재건축으로 인해 경제적 효과는 확실하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이 배제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서울로 7017'이 하이라인의 화려한 과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살펴봐야 할 이유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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