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CEO를 만나다] 유정임 풍미식품 대표[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경기도 수원시의 한 농업회사법인 사업장. 수백 개의 장독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안에서는 다섯 살 남짓한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김치 만들기 체험'에 한창인 장면을 흐뭇한 미소를 띠고 바라보는 이가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8호인 유정임 풍미식품 대표다.풍미식품은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1년 중 가장 성수기인 11월 김장철에는 하루에 5t 트럭 2~3대에 배추김치, 무김치 등 각종 김치가 그득하게 실려 나갔다. 김치가 주 생산품인 전통식품 기업으로 흔치 않은 실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유 대표의 김치 사업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이 입소문을 타 맨손으로 김치 사업을 시작한 게 30년 전인 1986년이었다. 49.6㎡(15평) 공장에 다락방 사무실을 차리고 두 손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당시 김치를 사먹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급식 업체들도 김치를 직접 담그는 곳이 많았다.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유 대표는 "당시에는 영업을 다녀보면 누가 김치를 사먹냐고 비웃거나, 건넨 명함을 뒤에서 찢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미래를 생각했다"며 "지금도 가끔 사다리를 놓고 오르내리던 당시의 다락방 사무실이 꿈에 나온다"며 웃었다.조그맣던 공장은 현재 6611.6㎡(2000평)의 거대한 김치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비결이 궁금했다. 유 대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원재료의 상태에 맞는 김치담그기와 어머니께 배운 육수 비법, 정직한 재료가 만나 만들어내는 맛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대표는 국내 농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매출의 55~65%는 농가에 돌려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치가 많이 판매되면 지역 농민들이 더 많이 소득을 올릴 수 있고 결국 우리나라 농업이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풍미식품은 경기도 기업이므로 이 지역 농산물로 김치를 담그려고 노력한다"며 "여름에는 강원도, 겨울에는 진도나 해남 등 국내 농산물을 재료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매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 차곡차곡 모으는 방식으로 사랑의 열매에 1억원 기부도 약속했다. 어디선가 강연을 원하면 응하려 노력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 역시 좋은 일에 사용하려는 마음이다. 농어촌 저소득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일이나 밥차 행사 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 향토 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농식품여성CEO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각국 대사관의 대사들을 서울 광장에 초청해 함께 김치를 담근 후 그 김치를 각자의 나라에 전달하는 일을 해보는 게 꿈"이라며 "이런 이벤트 등을 통해 김치가 세계적인 식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여성 사업가들에게는 '항상 꿈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유 대표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 기업인들도 어느 날 나타났다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뜬구름 잡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급성장을 꿈꾸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계단씩 밟아나간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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