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살아 남아, 나는 너다'…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

정부, 여성혐오 아닌 묻지마 범죄 규정에 급급여성폭력과 살해 멈출 수 있는 정부 대책 촉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남은 것은 이상한 세상이 바뀌는 것입니다."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범 여성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날 기자 회견은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인권운동사랑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현장에는 60여명의 여성들이 모였으며 강남역 사건 당시 강남역 인근에 붙었던 포스트잇 내용을 인용해 만든 현수막을 들었다.기자회견문을 통해 단체들은 "우리 사회는 지독하게도 여성살해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았다"며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 경찰과 정부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여성혐오에 기인한 범죄가 아님을 주장하는 데 급급했고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해 성차별적 사회의 책임에 침묵했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러나 여성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고 모이고 행진하고 외쳤다"며 "자발적으로 결성된 수많은 페미니스트 그룹들이 생겨났고, 서로의 존재는 용기가 됐다"고 말했다.단체들은 여성폭력과 살해를 멈출 수 있는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02명의 여성이 살해되고 1037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놓였다. 이들은 "성 평등과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 변화를 이끌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세정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여성들은 여성이라서 당한, 생활 공간에서 일어난 그 죽음을 우연히 피해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동안 여성들은 집 안에서, 밖에서, 낮에, 밤에, 사람이 적은 곳에서, 많은 곳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포를 느껴야 했다"며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없고 가해자의 공격과 남성중심적인 사법 권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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