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의 저주 '해법은 철갑 멘털'

더플레이어스의 격전지 소그래스TPC 최대 승부처 '파만 해도 OK'

'제5의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격전지 소그래스TPC의 최대 승부처 17번홀 전경.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린이 동전처럼 작아 보였다."러셀 녹스(스코틀랜드)는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 3라운드 17번홀(파3ㆍ137야드)에서 공이 세 차례나 물에 빠지면서 무려 9타를 쳐 순식간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17번홀이 바로 더플레이어스의 격전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파72ㆍ7215야드)의 최대 승부처다. 9번 아이언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홀이라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아일랜드 그린으로 조성돼 샷이 조금만 빗나가도 워터해저드로 직행한다. 선수들은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바람과 홀을 가득 메운 '구름 갤러리'의 환호, 여기에 우승에 대한 중압감까지 더해져 평소의 리듬과 템포를 잊는다. 예상 밖의 어이없는 샷이 속출하고, 2타 이상을 까먹는 치명타를 얻어맞는 이유다.실제 2003년 이후 이 홀에서 수장된 공은 무려 634개다. 2007년이 최악이다. 443차례의 샷 가운데 첫날 50차례 등 총 93차례나 공이 물에 잠겼다. 션 오헤어(미국)가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최종 4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두 차례나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4타를 까먹어 필 미켈슨(미국)에게 우승컵을 상납했다. '17번홀의 저주'가 탄생한 배경이다. 폴 고이도스(미국) 역시 2008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연장전에서 티 샷 미스로 눈물을 삼켰다. 당시 우승자 가르시아가 5년 뒤인 2013년 티 샷을 두 차례 워터해저드로 날리면서 4오버파로 자멸해 이번에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어부지리를 얻었다. 2005년 68개, 2008년 64개 순이다. 지난해는 36개, 평균 45.3개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편이다. 2014년 연장전을 16~18홀 등 3개 홀 합산으로 변경하면서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를 마지막 18번홀이 아닌 17번홀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7번홀을 중심으로 앞에는 '2온'을 위해 승부수를 띄우는 쉬운 16번홀(523야드)을, 뒤로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어려운 18번홀(462야드)을 배치해 막판 3개 홀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6번홀 버디, 17, 18번홀은 파가 최상이다. 올해는 12번홀(파4)이 또 하나의 '명물'로 등장했다.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이동시켜 358야드짜리 '1온'이 가능한 시그니처홀로 만들어 볼거리가 됐다. 당연히 페어웨이 왼쪽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벙커, 그린 왼쪽에는 연못을 바짝 붙여 샷이 조금만 감겨도 응징을 피할 수 없는 심술을 가미했다. 18개 홀 모두 울트라 드와프 버뮤다 잔디를 단단하게 다진 '유리판 그린'이 변수로 작용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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