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효진 기자]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검사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2011년 말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권재진 당시 법무부장관을 국회로 불렀다. 그러나 권 장관은 "민주당과의 간담회는 전례가 없다"며 불참했고, 간담회는 무산됐다.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던 박영선 의원은 "최근 검사비리 때문에 무서워 못 오는 것이냐, 법무장관은 쫄지 말고 국회에 오시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권 말기 검사 비리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검사장 등이 연루된 '스폰서 검사' 사건은 특임검사를 도입해 수사했으나 4명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사건 청탁을 대가로 벤츠 승용차와 샤넬 가방을 받은 벤츠 여검사는 결국 5년이 지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정권이 바뀌었어도 검찰의 권력은 더 공고해졌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권력을 장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세상에 드러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샀고, 동시에 권력기관 견제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11일 민정수석에 검찰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됨에 따라 사실상 이날부터 검찰개혁은 시작됐다. 조 신임 민정수석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검찰개혁론의 전제는 '과도한 권한'과 '권력 눈치보기'다. 2002~2005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그는 센터가 '박근혜 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간을 맞아 지난 달 3일 서울시민청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이 자정을 포기한 채 내부 비리를 스스로 덮으며 권력에 따라 표변해왔다는 게 요지다. 그는 "민주화 이래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려 본 역사가 없다"면서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 신임 수석은 "(검찰이)자신들의 권력을 제한하려는 정치권력과 싸우고, 유리할 것 같으면 적극 협조한다"며 한국 검찰을 '준정당'에 비유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 토론회에서는 검찰의 속성을 '죽은 권력과는 싸우고 산 권력에 복종하는 하이에나식'이라고 꼬집었다. 조 수석이 그동안 검찰개혁과 관련, 내놓은 주장의 골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고 검찰ㆍ경찰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의 힘을 빼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 수석의 직간접 조언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향후 장관급 인사에서 법무장관으로 비법조인 출신 야권 정치인을 택하면 이런 흐름은 국회로까지 단번에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국회 내 대표적인 인사다.참여정부 이후 9년여 만에 비(非)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임명됐고, 그의 콤비로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장관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견제와 개혁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이 당시의 검찰개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 검찰개혁을 위해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1기나 후배인 판사 출신 강금실 전 장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제대로 손대지 못했고, 기수 파괴 등 검찰 인사에 대한 거센 내부 반발을 불러 오며 결국 개혁은 미완으로 끝났다.검찰은 일단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인선 등과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검찰이 말할 수 있는 영역 밖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달 "검찰은 경찰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는 말로 검찰개혁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내비친 점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행보를 바라보는 검찰의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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