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꿈의 투표율도 가능…'모바일 투표' 왜 안될까

보통·평등·직접·비밀의 원칙'선거의 4원칙' 위배 가능성대리선거·본인확인 어려움 등노령층 IT기기 접근성도 문제[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지난 4~5일간 실시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26.1%를 기록, 2013년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처럼 뜨거운 투표열기를 이끈 것은 사전투표의 편리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투표의 편리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인 '모바일 투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총 6200만명 수준이다. 전체인구 5100만명보다 더 많다. 휴대전화가 1인당 평균 1대 이상씩 보급됐기에 모바일 투표의 조건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로 시공간의 제약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90%라는 꿈의 투표율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보안·해킹이라는 기술적인 어려움만이 아니다.모바일 투표는 선거의 4원칙, 보통선거·평등선거·직접선거·비밀선거의 원칙 모두를 위배할 수 있다.보통선거는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누구에게나 선거권을 주는 원칙, 평등선거는 한 표의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원칙, 직접선거는 선거권자가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투표 장소에 나가 투표하는 원칙이다. 비밀선거는 투표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이다.먼저 기술적 차원에서 전자시스템 해킹 위험이나 투표결과 조작 가능성이 있다. 운영상의 문제도 있다. 휴대폰의 경우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동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휴대전화 가입자의 주소지 변동, 가입자와 실사용자의 불일치 사례가 많아 안심번호 국민공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직접선거와 비밀선거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다.누군가가 자신의 형제자매나 부모, 자녀의 휴대폰을 이용해 투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리 투표는 직접선거의 원칙과 보통·평등 선거에 위배된다.더 심각한 문제는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층이나 소외계층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집단의 표심만 과대 대표되어 대의민주정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은 전체 국민의 54% 수준이다. 특히 도시(101.5%)보다 군(83.8%) 지역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이 낮아, 도농 지역격차 발생 우려가 있다. 이 역시 보통·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투표율이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80%를 넘는다면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대선 투표율 현황을 보면 15대 대선(80.7%) 이후 투표율은 줄곧 70%대 안팎에 머물러왔다. 16대 70.8%, 17대 63.0%였으며, 재외선거와 선상투표가 도입된 18대 대선 때도 투표율은 75.8%에 그쳤다.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