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불씨…허위·누락되는 출생신고, 원인은?

韓 출생신고 체계 취약한 탓의료기관·담당 공무원 개입 권한 없어호주, 뉴질랜드 등 일차적으로 의료기관 개입독일, 부모·의료기관 모두 신고의무 대상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 두 살밖에 안 된 딸을 24시간 넘게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미혼모 김모(29·여)씨가 긴급 체포됐다. 김씨가 전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두 살짜리 딸이 침대에 누운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이미 아이는 숨진 상태. 병원 측은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상당히 야위어 있었고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 40대 항공사 승무원이 낳지도 않은 아이를 2명이나 출산했다며 거짓 출생신고를 하고 출산휴가와 4000만원가량의 각종 수당까지 챙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류상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될 때까지 주변을 속인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신입생이 예비소집과 입학식에 불참한데다, 엄마조차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10년 전 결혼한 뒤 아이가 없던 류씨가 산부인과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2010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구청에 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출생신고 책임 부모에게만=최근 발생한 아동 관련 문제들로 우리나라 출생신고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출생신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출생신고의무자인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어 출생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기 전까지 국가는 아동의 출생 사실조차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출생증명서나 친자 확인이 없어도 인우보증인 두 명만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해 허위신고도 가능하다.허위 출생신고나 누락된 경우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은 있으나 예방책은 전무하다. 의료기관은 출생증명서를 출산 당사자에게 발급은 하지만 등록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 담당 공무원의 경우에도 출생신고 기재사항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사진=아시아경제DB]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아동이 예방접종 등의 의료혜택이나 의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더 나아가 영아매매나 불법·탈법적인 입양 등 아동의 인권을 심하게 침해하는 사회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의료기관 관여 보편적=외국의 경우 출생등록제도는 의료기관이 일차적으로 관여해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등이 그렇다. 프랑스와 싱가포르 등에선 법률상 출생신고의무는 원칙적으로 부모에게 있으나 실무상 출생 병원에서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독일은 부모와 의료기관 등에 모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해 강제성은 줄이면서도 출생 등록의 정확성을 기한다.출생신고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 등이 출생 사실을 통보할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고 인우보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송 연구위원은 "의료기관 등이 전산망을 통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에 신속하게 통보될 수 있도록 돼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의료기관 등에 의한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 출생신고에 있어 현행과 같은 인우보증 방식을 폐지하고 가정법원이 개입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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