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결서 맛대결로…불황무풍지대로 떠오른 '식품관'집객효과 위해 앞다퉈 맛집·디저트 전문점 들여와불황 속 '작은사치' 소비 트렌드에 '식품관' 인기↑
롯데백화점 잠실점 만다복 매장.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요즘 누가 백화점에 옷만 사러 가요. 맛있는 거 먹으러 왔어요. 배를 채운 후에 둘러볼꺼에요." 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한 고객이 기자의 황당한 질문에 던진 대답이다. 쇼핑백이 손에 없는 그에게 왜 쇼핑은 안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같은 질문에 또 다른 고객은 "쇼핑할 돈은 없지만 디저트를 사먹을 여유는 되서 초콜릿 전문점에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맛집 찾기에 맛들였다.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품관이 오랜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온 전통적인 맛집 '노포(老鋪)'와 유명한 명소로 소문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맛집', 젊은층에게 사랑받는 '고급 디저트 전문점'을 들여오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는 30년 이상 된 노포 매장 3곳이 문을 열면서 업계 관심을 받았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35년 동안 영업하면서 백년짜장·하얀짜장으로 유명해진 '만다복'과 1940년 일본 카나가와현에 문을 연 돈카츠 전문점 '다이치', 전주에서 3대째 전통 비빔밥집을 운영 중인 '한국집'이 주인공이다. 이처럼 백화점이 식품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집객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멀리 특정 지역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백화점에서 오래된 맛집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백화점으로 몰려온다. 게다가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다른 품목 매출도 오른다는 게 백화점 측 분석이다.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센텀시티점의 식품관을 고급화한 후 해당 지점 식품관 고객의 연계구매 1위가 화장품에서 명품의류 및 잡화 등의 고가상품으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미 매출 면에서 '식품관'은 백화점의 효자가 된지 오래다. 백화점에 스며든 노포와 지역맛집들도 높은 매출을 올리며 '전국구 맛집'으로 부상해 백화점과의 동거를 반긴다.나아가 이는 사회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장기회된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불황이라 해도 의류 등 겉치장은 자제하더라도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쉽게 줄일 수 없다. '먹고 살자고 한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목이다.백화점이 식품관에 고급 디저트를 들여오는 이유 역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작은 사치'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불황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소비 욕구를 풀기 위한 대안으로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서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가격대는 감당할 만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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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6년 국내외 디저트 외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8조97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외식시장(83조8200억원)의 10.7%를 차지한다. 외식 디저트 소비행태를 살펴보면, 구매 경험 빈도는 빵류가 91.3%로 가장 높았고, 커피는 87.5%, 아이스크림 75% 순이었다.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식품관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오히려 명품 유치보다 집객 효과를 더 누릴 수 있을 정도"라며 "맛집을 들여오기 위한 백화점 식품관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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