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수출이 견인…상장률 올라갈 듯" 기존 입장과 달라실업자 증가 등 체감경기와 괴리…"공과 그대로 새정부 인수인계 해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두고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경제 낙관론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수출이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4월 위기설'까지 큰 고비없이 넘기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까지 다시 높여 잡자는 분위기다.창조경제로 대표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낙제'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대선 후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자가 늘고 빚에 허덕이는 체감경기와도 동떨어진 진단이다. 정권 말 경제 관료들이 낙관론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남긴 공과(功過)를 있는 그대로 차기 정부에 인수인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출이 최근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고 소비가 아직 부진한데 수출이 더 좋아지면 소비도 따라갈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인 2.6%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분기 경제지표를 보고 편성 여부를 판단키로 했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편성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2일(현지시간)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지난 19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유 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봄 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조심스럽다”며 “낙관할 처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기재부의 한 고위공직자도 “여전히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상존하는 만큼 완전한 개선은 아니다”면서도 “탄핵 정국 이후 지표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처럼 발언 수위가 달라진 원인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조만간 한국은행이 발표할 1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긍정적 시그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최근 경제 회복은 고용, 수출 반등세 일부에 국한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와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졸실업자는 54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고학력 백수가 다수 양산되는 것은 소위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이는 고용률도 한 꺼풀 벗겨보면, 안정적인 제조업 대신 일회성 건설업 일자리 위주로 늘어난 영향이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수출 역시 고용이 수반되지 않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 등을 위주로 개선되고 있어 수치만큼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이 같은 정부의 경제 낙관론이 굳어질 경우 경기회복을 위한 해법은 더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200만가구에 육박하고 있지만 현 정부 내에서 대출(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는 불가능해 보이며, 내수 회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논의 역시 차기정부에서 논하기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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