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진 돈을 내라니'·'예쁘게 밭 가꾼 수고비'…불쾌·이해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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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최근 친구들과 제주 여행에 나선 박모(53ㆍ여)씨는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노란색 유채꽃밭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제주의 유명 관광지인 섭지코지를 가던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땅 주인이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 "사진 찍으려면 1000원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이에 박씨가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고 물으니 이 남성은 "여긴 내 땅이고 내 땅에 핀 유채꽃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라"고 윽박질렀다. 박씨 일행 10명 중 6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1인당 1000원씩 내고 사진을 찍었다. 나머지 일행 4명은 "돈을 왜 내느냐"며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일부 유료 유채꽃밭 운영자들의 지나친 상행위가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땅 주인들이 개인 목장 등에 유채꽃밭을 조성하고 입장료를 받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 한 장 찍는데 돈을 내야 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제주를 다녀온 정모(59)씨는 "유료 유채꽃밭이라는 푯말을 보고 차 안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며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해했다.관광객들의 민원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14일 서귀포시 관계자는 "사유지에 본인들이 (유채꽃밭을) 조성해서 장사하는 건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관광객들의 항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이처럼 돈을 내야 하는 유채꽃밭이 있는가 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어 관광객들을 혼동케 한다는 점도 문제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표선면 가시리마을에서 열린 유채꽃 축제 현장과 지난달 열린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장소에선 사진을 찍어도 돈을 받지 않았다. 각각 가시리마을회와 시 소유 땅에서 자란 유채꽃이기 때문이다.현금 장사를 하는 이들의 세금탈루나 부당이득 문제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세무서에 관련 문의를 했는데 유료 유채꽃밭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세금 부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해 별다르게 조치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연소득이 2400만원 정도는 돼야 조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봄 한철 장사로는 그 정도 수입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반면 유료 유채꽃밭 입장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제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윤모(31ㆍ여)씨는 "내가 가꾼 꽃밭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돈 받는 게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며 "예쁘게 꽃밭을 가꾼 수고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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