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창업 메카 가다]세계 1위 드론 DJI, 평균 27세들의 '신념 비행'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 선전시는 우리에게는 '중국판 한강의 기적'으로 통한다. 지난 1980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중국 최초의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선전은 35년 만에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9200배 이상 키웠다. 인구 1200만명의 도시 선전은 어느덧 중국 4위 도시로 우뚝 섰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선전은 창조·혁신의 메카로 또 다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최근 선전은 정보기술(IT)·로봇·웨어러블·우주항공·바이오 등 미래 혁신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경제 성장의 주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매년 GDP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은 결과 GDP 대비 3차산업 비중은 60%까지 확대됐다. 올해에는 스타트업을 1만개로 늘리고 창업 공간도 200개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1위 드론 제조사인 다장촹신(大疆創新·DJI)과 중국 최고 항공우주 기업 광치그룹(光啓集團)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기는 배경이다.<편집자주>

쉬화빈 DJI 부총재(왼쪽)와 왕판 PR 총감이 본사 쇼룸에서 대표 제품 '팬텀4 프로'와 '매빅 프로'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선전 <1> 세계 1위 상업용 드론 제조사 DJI10년간 직원 800배상업용 드론 글로벌 점유율 70%DJI 기업가치 100억달러[선전(중국)=아시아경제 김혜원 특파원] "드론이 너무 위험하다고요? 그럼 자동차나 식칼은 어떨까요?"듣고 보니 그랬다. 무인항공기(드론) 하면 일단 떠오르는 생각이 '하늘에 띄워보고 싶은데 위험할 것 같다'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달 23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다장촹신(大疆創新·DJI) 본사에서 만난 쉬화빈(徐華濱) 부총재와 왕 판(영문명 올리버 왕) PR 총감은 이 질문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는지 웃으며 차근차근 설명했다.둘은 드론이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자동차나 식칼처럼 모든 산업이나 제품이 처음에는 생소하거나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주지만 결국 편리하고 쓸 데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 든다는 경험을 말하려는 것이었다.왕 총감은 "식칼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해서 식칼을 만들지 말라거나 팔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DJI가 제품마다 시리얼 넘버를 달고 최대한 추적이 가능하도록 한 이유도 사생활 보호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쉬 부총재는 "자동차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마차보다 더 빨리 달리지 말라는 규제가 있었지만 기술력이 진보하고 인프라가 뒷받침하면서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안전과 규제는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역설했다.이날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창업 10여년 만에 세계 1위 드론 회사로 성장한 스타트업 DJI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 촬영용 무인항공기(드론)의 최강자로 꼽히는 '인스파이어2'.

◆'기술만 팔 거냐, 드론을 만들 거냐' 갈림길에서= 20대 후반의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깊은 고민에 빠진 건 창업 3~4년이 지난 2009년 무렵이다. 당시 DJI는 비행 안정성 측면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드론 제조 선두 회사에서 특허를 팔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창업주 왕타오(汪滔·1980년생)는 몇 안 되는 동료들과 상의 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왕 총감은 "다 스러져가는 건물 작은 사무실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어려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핵심 기술을 토대로 드론을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게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독보적인 기술이 있었기에 팔면 돈은 꾸준히 벌었겠지만 드론 제조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DJI는 없었을 것이란 게 그들의 생각이다.이후 독자 기술과 제품 개발, 그리고 100% 중국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DJI는 '팬텀'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전 세계 드론 인구 10명 중 7명이 DJI가 만든 드론을 날린다. 그들은 왜 DJI 제품에 열광할까.

농작물 보호를 위한 농업용 무인항공기(드론) 'MG-1S'.

◆"DJI 최대 강점은 기술력과 열린 조직 문화죠"= 2006년 창업한 DJI는 불과 10년 만에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10여명이었던 직원 수는 8000명을 넘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의 평균 연령이 27세라는 점이다.왕 총감은 "4년제 대학을 갓 졸업한 경험 없는 젊은 직원이 대다수"라며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학연(産學硏)이 한 팀을 잘 이뤄야 하는데 우리는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다 보니 근무 연차나 경험보다는 철저히 능력과 성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뭐니 뭐니 해도 DJI의 최대 강점은 기술력이다. 전 세계 민간용 드론의 표준 기술은 DJI가 최다 보유 중이다. 지난해 8월 현재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만 86개다. 지난 한 해에만 57개 특허를 냈다.왕 총감은 "드론이 균형을 잘 잡고 잘 나는지에 대한 기본 기술부터 이미지 전송 시스템과 카메라 성능, 비바람이 불거나 높이 띄워도 흔들림 없는 촬영, 인공지능(AI)과 융합한 스마트 비행 등 최소 다섯 가지 항목에서 DJI는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선전의 지리적 이점도 크게 한몫 했다.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인 핵스의 최고경영자(CEO) 시릴 에버스와일러는 "선전은 하드웨어 창업가의 천국이며 수준 높은 엔지니어가 많고 공장과 물류 시스템도 잘 갖춰졌지만 무엇보다 창업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전의 경쟁우위를 언급한 바 있다.
◆민간 넘어 산업용 드론 시대로= 글로벌 벤처 업계에서는 DJI의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CB인사이트는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168곳 가운데 DJI를 14위에 올렸다.실적도 고공비행이다. DJI는 창업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억위안(약 1조6500억원)을 처음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신생 벤처 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기업공개(IPO)를 택하곤 하는 데 반해 DJI는 자본 여력이 충분해 당분간 상장 계획도 없단다.쉬 부총재는 "올해는 외형 성장보다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선보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며 "특히 산업용 드론 비중을 더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론을 장난감처럼 취미로 날리거나 항공 촬영의 단순 용도에 그치지 않고 농·공업은 물론 긴급 구조 및 수색, 화재 진압, 치안, 보안, 환경보호 같은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과 안전도를 높인 범용 제품을 내놓겠다는 포부다.IT 제품에 대한 '얼리어답터' 성향이 짙은 한국은 DJI가 해외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쉬 부총재는 "한국에 단순히 드론을 판매만 한다기보다는 특정 산업군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끝으로 '제2의 DJI'를 꿈꾸며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하려고 하는 일이 어려움에 부딪혀도 신념을 잃지 않고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DJI 대표 드론 중 하나인 '팬텀4 프로'가 좁은 골목길을 날고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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