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재 '아마도 내일은'…남녀 청소년 자살여행 그려-올림피아 청소년 국제영화제 최우수 장편·심사위원 특별상
▲영화 '아마도 내일은' 스틸컷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청소년들은 학업 외에도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개개인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을 찾을 때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한인 2세 영화감독 알렉스 리(한국명 이광민·42)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6년 '내가 죽을 때(When I Die)'라는 단편을 시작으로 총 20편의 장·단편 드라마 및 영화 등을 유럽 전역에서 제작했다.이 감독은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몇몇 청소년들에겐 자살이 영웅 같은 스토리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자살은 아름답게 시작되는 새로운 세상이 아닌 자신을 포기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알렉스 리 감독
오는 6월1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이 감독의 영화 '아마도 내일은'은 인터넷 자살 채팅방에서 만난 두 명의 남녀 청소년이 알프스 산 정상으로 자살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오스트리아에 일어났던 실화를 소재로 했다. 이 영화는 올림피아 청소년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장편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이번 작품에서 이 감독은 자신의 청소년 시절 경험을 투영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한적한 마을에서 그는 유일한 아시아계 외국인이었다. 그는 청소년기가 되면서 현지 친구들과는 다른 '견딜 수 없는 특별함'을 자각하게 됐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눈빛을 불안하게 느꼈다. 어린 시절 이 감독의 친누나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가족의 곁을 떠나기도 했다.이 감독은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한국인 부모님으로부터 끊임없는 관심과 학업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면서 "학업의 경쟁 압박 속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아마도 내일은' 스틸컷
이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청소년 자살'에 대한 투자자들의 무관심을 꼽았다. 그는 "특히 저 같은 외국인 2세 감독이 영화를 작업하는데 일반적으로 어려운 점은 제작비용을 투자받는 일이지만 이번 영화는 제작 투자자들이 청소년 자살이라는 주제에 너무나 무관심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청소년 자살은 유럽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자살 인구는 10만명 당 13명에 달한다.이 감독은 "인생의 성공은 달콤하지만 굉장한 노력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한국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작으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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