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경제 허리 어떻게 살리나…'노동시장 진입 자유롭게'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산층 비중 70%를 회복하겠다."이제는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중산층의 복원을 역설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중산층 편입을 늘리고, 부채 등 가계부담을 줄여 기존 중산층의 이탈도 막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 중산층 비중은 67.4%에 그쳤다.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75%에 달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해 중산층이 대거 붕괴되면서 2011년 64%까지 감소했다. 최근 중산층 비중이 67%까지 늘어났다곤 하지만, 중산층임을 체감하는 이들은 이보다 적다. 지난해 11월 NH투자증권의 설문조사 결과 중산층 중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은 56%에 그쳤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중산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녀 교육과 부모 봉양 등에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대비가 미흡하다. 은퇴 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내수부진 여파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3년째까지 생존하는 기업은 10곳 중 4곳이 채 되지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파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사회적 양극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500만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계와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노동시장은 최고숙련직과 저숙련직으로 양분화되고,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경제 허리인 중산층의 몰락을 방치했다간 더욱 깊고 장기적인 침체의 골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은 1991년부터 2000년대까지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며 중산층이 무너졌고, 초고령화까지 진행되면서 불황이 장기화됐다. 한국도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중산층을 복원하고 탈락을 막는 다양한 정책ㆍ사회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해법은 일자리다.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평생 2~3개의 직업을 갖게 되는 시대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재교육을 지원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일자리 간 격차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이 재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예전에는 정규직 일자리가 있어야만 중산층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근로형태가 다양화되는 국제적 흐름을 감안하면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동일임금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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