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에 외부물체 부딪친 흔적 없어…방향키나 계기판 오작동 등 의혹은 남아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세월호가 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확한 침몰 원인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세월호 선체는 충돌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잠수함 충돌설 등 외부 물체의 충돌에 의한 침몰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려 지난 25일 오후 9시께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세월호 선체는 여기저기 긁힌 흔적은 보였지만 충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해저면과 직접 충돌했을 것으로 보이는 좌현 역시 일부 선체가 손상된 흔적은 있지만 충돌이라고 볼 정도의 파손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해향수산부는 밝혔다. 그 동안 인터넷을 중심으로 세월호가 잠수함이나 암초 등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 배를 건져놓고 보니 세월호를 침몰시킬 만한 충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네티즌 수사대 ‘자로’는 9시간에 달하는 인터넷 동영상 ‘세월X’를 통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외부 충격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로는 사고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저장된 세월호의 레이더 영상을 제시하면서 "세월호가 J자 형태로 급변침한 궤적이 나타난 뒤 세월호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의 또 다른 물체의 궤적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자로는 이 물체가 당시 조류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는 점을 들어 동력이 있는 잠수함과 같은 물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로의 주장과 달리 세월호 선체에 큰 충돌 흔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잠수함 충돌설은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충돌설은 잦아들겠지만 충돌 원인에 대한 다른 여러 의혹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방향키에 대한 의문도 그중 하나다. 세월호 방향키는 외관상 우측으로 5~10도 정도 휘어져 있었다. 이는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는 바람에 왼쪽 방향으로 넘어졌다는 검경 수사 결과와 부합한다. 당초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은 조타수의 미숙으로 인해 세월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 밝힌 바 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화물 과적과 고정 불량, 평형수 부족 등으로 선체의 복원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조타수가 급하게 배를 꺾으면서 세월호는 침몰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조타기와 계기판 등 관련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5년 11월 세월호 승무원 14명의 상고심에서 조타 미숙을 “단정할 수 없다”며 조타기 오작동 등 기계결함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세월호의 오른쪽 급회전이 사람 탓인지, 기계 탓인지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에 쓸 철근을 과다 적재하는 바람에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세월호에는 제주 해군 기지 건설용 철근이 실렸는데 검경에서는 286t이 실렸다고 했고 세월호 조사위는 410t이 실렸다고 했다. 해수부는 선체 조사를 통해 정확한 철근 적재량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조사위가 제기했던 기계결함 여부도 밝혀야 한다. 다만 세월호에는 차량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자료기록장치(VDR)가 없고 기계 시설이 부식돼 기계 결함 여부와 관련된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 선체 인양 과정에서 선미 왼쪽부분의 차량 통행 출입문(램프)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램프가 침몰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들은 향후 구성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국회는 이달 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위원회는 국회가 선출하는 5명, 희생자 가족 대표가 선출하는 3명 등 8명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사위 위원들은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선체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등을 담당하게 되며 선체 내 유류품과 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도 한다. 조사위는 28일 국회가 본회의를 개최해 의결하면 최장 10개월간 활동에 들어간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5071516291904116A">
</center>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