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경제에서의 일본의 위상과 시사점' "日경제 외형·규모 축소됐지만 과학기술·문화 등 소프트파워 내실 다져"
자료:한국은행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인구고령화, 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이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도 소프트파워로 내실을 다진 일본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26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경제에서의 일본의 위상과 시사점'에서 이처럼 분석했다. 우리 경제는 1990년대초 일본과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위기 이후인 2011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2.9%로, 위기 전(5.4%)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구구조 고령화로 2015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하락, 2050년엔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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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때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잃어버린 20년'으로 글로벌 위상이 달라졌다.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1995년 147.9%로 세계 3위였지만, 2015년엔 57.9%로 하락해 24위로 추락했다. 주식시가총액은 1988년 30.6%로 세계 1위에서 2015년 7.9%를 기록, 세계 3위로 떨어졌다. 글로벌 교역비중은 1993년 세계 3위(7.9%)에서 2015년 4위(3.8%)로 내려갔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문화, 사회시스템 등 높은 수준의 소프트파워로 일본의 내실은 더욱 탄탄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주요 글로벌 조사기관은 일본의 소프트파워 수준을 전세계 3~7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일본의 과학인프라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미국에 이은 2위 수준이다. GDP대비 3.5%에 달하는 1700억달러(2015년)를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다. 문화산업 육성 정책으로 지식정보, 캐릭터, 게임산업 등 콘텐츠 시장 규모가 전세계 2~3위권에 달한다. 학력, 노동시장, 안전 등 주요 사회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와 공적개발원조(ODA) 등 경제협력을 추진해 글로벌 영향력을 높여가는 중이다. 최기산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일본경제의 글로벌 위상이 외형·규모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소 축소됐으나 과학기술·문화 등 소프트파워는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는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R&D투자액과 특허 출원수는 일본의 절반, 콘텐츠 시장 규모는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ODA규모는 일본의 20%에 그친다. 최기산 과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소프트파워 기반을 확충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사회시스템의 성숙과 함께 브랜드 가치, 문화, 서비스 등 글로벌 수준에서 매력있는 소프트파워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향후 일본의 글로벌 위상을 위협할 3대 리스크로 인구고령화, 중국의 부상, 일본내 자국중심주의 강화 등이 언급됐다. 특히 국가적 자긍심과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일본국민의 역사인식도 우경화되면서 일본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평가가 동아시아 국가사이에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은은 현 아베 내각이 자국 중심 정책을 강화할 경우 일본에 대한 신뢰가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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