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순살치킨 먹었는데…브라질 불량 닭고기 파문

업체들 유통기한 지난 고기에 화학물질 사용한 것 유통. 닭고기값 상승 우려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평소에 치킨을 즐겨 먹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뉴스를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질 대형 닭고기 업체들이 부패한 닭고기를 해외로 수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주로 먹는 순살치킨이나 닭강정 등은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들어졌다. 김씨는 당분간 치킨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는 브라질 닭고기 수출업체인 BRF에 대해 국내 유통과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 및 검사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BRF를 비롯해 브라질 현지에서 닭고기를 제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대형 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한 고기에 화학물질까지 사용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지난 17일 BRF를 포함한 30여개 육가공업체 공장과 관련 시설 194곳 등을 급습해 썩은 고기를 시중에 판매해 온 업체들을 적발했다. 이들 업체들은 부패한 고기의 냄새를 제거하고 모양을 잡기 위해 사용이 금지된 발암물질과 같은 유해물질을 사용했다.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균도 검출됐다. 경찰은 위생규정을 어긴 제품 중 해외로 수출된 것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회사인 BRF는 한국에도 지난해 4만2500t 가량의 닭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한국에 수입되는 전체 닭고기 10만7399t(작년 기준)의 40%에 달한다. BRF를 포함한 브라질 업체들이 한국에 수출한 전체 닭고기 규모는 8만8995t으로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83%를 차지한다.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수입 닭고기는 대부분 브라질 산이라는 이야기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가슴살 같은 살코기 부분이 주로 수입되는데 주로 순살 치킨이나 너겟, 강정류 등에 주로 사용된다. 국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시중에 많은 업체들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이용해 치킨을 제조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소비한 닭고기 중에 불량제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실시한 브라질산 닭고기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받은 건 없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현물검사 비율을 1%에서 15%로 강화했다”며 “외교부 및 주한브라질대사관 등 외교경로를 통해 문제가 된 작업장 목록 등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장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닭고기는 총 70만4800t인데 이 중에서 수입산은 15% 정도다. 수입산 중에 80% 이상이 브라질산 닭고기이기 때문에 당장 국내 닭고기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닭고기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이미 국내 닭고기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바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가격은 AI 등의 영향으로 1월에 비해 48%나 상승했다. 닭고기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마트에서 파는 생닭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치킨이나 삼계탕 등 가공닭고기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국내 주요 치킨 판매사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을 밝혔다가 정부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이미 한번 상승한 닭고기 가격이 이번 사태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닭고기 수입국 다변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