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미국의 2017년도 경제성장률은 2.3%이다. 반면에 IMF는 한국의 경제활동이 잠재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나 낮추어서 2.6%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미국의 성장률과 근접해 간다는 것은 실로 심각한 위기인 것이다. 한편 미국은 G20 국가의 평균성장률인 2.0%와 유럽연합의 1.6%를 훨씬 뛰어 넘는 가운데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08년도에 발발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세계가 지난 10년간 불경기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만 홀로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가 나홀로 성장에 성공한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정보기술(IT)업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발굴된 세일석유의 덕이 크다. 그중에서도 미국 기업의 경쟁력은 실로 눈부시다. 전세계의 브랜드 가치 상위기업 순위를 보면 1위인 구글에서부터 10위인 IBM에 이르기까지 전부 미국 기업이다. 그리고 이중 8개는 모두 IT기업이고, 창업한지 몇십년 밖에 되지 않는 젊은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창업한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젊은 기업들이 미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는 밑바탕에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과 전 세계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 모으는 미국 대학교의 경쟁력에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고 있고, 그들이 미국의 경제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웬만한 후진국보다도 자원이 없는 자원빈국이다. 동남아만 보아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농수산물 자원도 풍부하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기댈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 뿐이다. 대한민국이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룬 데에는 바로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인재양성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대학교육이 인재양성의 중요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육현장은 과도한 입시경쟁과 주입식 교육으로 전국민이 사교육비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고, 대학교육도 창의적인 글로벌인재를 양성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다. 더욱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수많은 대학을 재정난에 빠뜨렸고, 대학의 경쟁력은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별다른 대책도 없이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주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움으로 인해 대학들은 우수한 교수를 초빙하거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언감생심이고 교직원 월급주기에도 벅찬 사립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하고 손가락질 했던 지금의 대선후보들 중 다수가 반값등록금과 같은 선심공약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값등록금 공약이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실패한 공약임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에는 관심도 없고 전국민을 대졸자로 만드는 학력인플레의 도구로만 대학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 어디에도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글로벌 인재양성과 외국의 우수인재 유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의 미래가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대선후보들의 선심공약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의 앞날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후보들이라면 유권자를 미혹시키는 공약의 무분별한 남발은 자제하고 진정한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김지홍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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