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맡길 곳 없어 '사교육 뺑뺑이' 사상최대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30대 주부 A씨는 '웬만하면 사교육은 시키지 말자'는 주의였다. 주변인들이 조기교육에 열을 올릴 때도 사교육에 눈을 돌리지 않고 아이를 뛰어놀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후 모든 게 바뀌었다. 오전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댁은 너무 멀고, 그렇다고 몸이 아픈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아이의 오후 시간을 채우기 위해 수학, 영어, 미술, 컴퓨터 등 학원을 등록해 줄 수밖에 없었다.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사교육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17일 통계청의 사교육 수강목적별 특성 분포 조사(복수응답 가능)에 따르면, 지난해 보육을 위해 사교육을 수강했다고 답한 비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교과ㆍ논술 부문에서는 7.4%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치였고, 예체능ㆍ취미ㆍ교양 부문에서도 14.6%로 2015년(14.5%)대비 상승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만 해도 보육을 위해 사교육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교과 부문서 1.8%, 예체능 부문서 8.6%에 그쳤다. 특히 보육을 위한 사교육이 실제로 이뤄지는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일반교과 부문에서는 15.5%가, 예체능 부문에서는 18.9%가 보육 때문에 사교육을 수강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사교육은 진학을 준비하거나 선행학습, 학교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의 성적을 현재 수준보다 더 올리고 싶은 부모의 욕구가 사교육의 주요 동력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이들이 학교수업 보충(77%)과 선행학습(44%) 등을 사교육 이유로 든다. 하지만 보육이 목적인 경우,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들도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가 보육을 위한 사교육이 늘고 있는 주된 이유로 보인다. 일반교과ㆍ논술 부문에서 보육을 위해 사교육을 시킨다는 외벌이 가구는 3%에 그쳤지만 맞벌이 가구는 10.8%나 됐다. 예체능ㆍ취미ㆍ교양 부문에서는 외벌이가 5.7%, 맞벌이는 22.7%로 격차가 더 크다. 윤연옥 통계청 과장은 "보육을 위한 사교육은 주로 초등학교에서,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로 맞벌이가 늘고 있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벌이론 살기 힘들어 맞벌이가 늘고,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방과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 힘들어져 이른바 '사교육 뺑뺑이'를 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교육 시스템이 더욱 공고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학생 수가 줄었음에도 불구, 사교육 시장 규모는 7년만에 성장했다. 하지만 보육을 위한 사교육 뺑뺑이는 아이의 성적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경우, 보육을 위해 일반교과ㆍ논술 사교육을 한다고 답한 비율이 6%에 그쳤지만 성적 하위 20%는 이 비율이 9.8%를 기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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