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로 남은 대통령

김성룡 작가 제 7회 일우사진상 수상
17일 부터 오답노트 특이한 점 전시
기자 직업 살려 대통령 의전 다뤄
대통령 동선에 붙인 스티커를 시각화

[청와대 본관. 2016 / Blue House. 2016]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일본 등 6개국 주한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일본, 니카라과, 타지키스탄, 벨기에, 요르단, 벨라루스 등 6개국 상주 주한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가진 뒤 국가별로 신임 대사들을 접견했다.<br />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대통령이 없다. 붉은 카펫 한 가운데 점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진 속 공간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정치 상황이 바뀌니 평범했던 일상은 더 이상 익숙하지 않게 된다. 주인 없이 텅 비어버린 공간은 지독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유난히 적적하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짜릿한 아픔이 누군가에겐 애처로운 숭고함이 겹쳐온다. 김성룡 작가(44)는 제7회 일우사진상 수상자다. 수상을 기념해 '오답노트: 특이한 점(The Wrong Answer Note: Unusual Point)'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그의 직업은 종합일간지 기자인데 1999년에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1월부터 청와대에 출입하면서 꾸준히 기획을 해왔다. 전시회는 오는 17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서울 서소문로에 있는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오답노트' 시리즈의 일부인 '특이한 점'(20여 점)은 대통령 파면 이후 전시의 제목이 되어 전면에 배치됐다. '특이한 점'은 대통령의 의전(儀典)을 다룬다. 경호실에서는 대통령의 안전 등을 고려해 행사 때마다 동선을 짠다. 대통령이 서고 앉는 곳에는 스티커(점) 따위를 붙인다. 이 점(點)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김성룡 작가

김작가의 전시작품은 'B컷'이 아니다. 작가는 "B컷은 선택받지 못한 사진이지만, 내 작품은 신문에 안쓸 줄 알고 찍은 의도한 사진이다. 보도되지 않은 것들로, 신문사가 필요로 하는 사진이 아니다. 보도사진으로서가 아니라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김성룡 작가는 한 달에 네 번이나 다섯 번 청와대를 출입했다. 출입기자라고 해도 대통령을 만날 기회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기자들은 대부분 행사가 시작되기 10분 전에 자리를 잡고, 공간과 이동에도 제약이 많다. 그래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작가는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짧은 시간 동안 남들이 보지 못했거나 보지 않았던 부분을 주목했다."점은 대통령의 존재를 의미한다. 대통령이 없으면 이 점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점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며 의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과잉의전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의전은 일종의 소통이다. 부하와 상사직원 간의 예절이다. 군대에서 선임이 차에 오를 때 선탑을 하는 것과 같다. 의전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허례허식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대통령을 의전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청와대 들어가기 전까지 이런 스티커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스티커 하나에도 규격이 있다. 우리나라에 파는 곳이 없어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구매할 정도"라고 했다. 전시 구성은 점으로부터 시작해 시각이 점점 넓어진다. 관람객에게 점차적으로 주변을 더 많이 보여준다. 점은 보이지 않고 주변사람들과 텅 빈 대통령의 자리만 보이게 된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점만 본 관람객은 사진이 어떤 상황을 포착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오답사진에 정답 설명을 붙였다. 사진집에도 오답노트나 참고서처럼 뒷장에 사진 순서대로 모범답안을 실었다. 그날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그대로 적는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청와대 영빈관. 2016/ 청와대 영빈관. 2016 / 서울 잠실.2016 / 한국과기원. 2016.

김 작가는 "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신문에 게재할 때 사용한 '사진설명'을 썼다. 관람객은 정답을 궁금해하게 된다. 신문에 쓴 것과 내가 찍은 것을 직접 비교한다면 너무 직설적이다. 그래서 사진설명으로 정답사진을 가늠할 수 있게 힌트를 줬다. 눈으로 보는 사진과 설명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관람객은 머릿속에 정형화된 정답사진이 눈앞의 오답사진 위에 포개지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기자로서의 나'와 '사진가로서의 나'는 현장에서 충돌하게 마련이다. 사진기자는 신문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1면에 사용된 사진도 가끔 내 사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신문에 사용된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버려진다. 하지만, 김성룡 작가는 작가로서 자의식이 강했다. '내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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