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냐 선수냐'…황교안의 4가지 걸림돌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권 도전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이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오는 5월9일까지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심판'이냐, '선수'냐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황 권한대행은 이 달 중에 분명한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력의지, 국가미래비전, 검증부족, 박근혜정부 책임론 등 4가지 걸림돌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12일 국무총리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직후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따라 열어 공정한 선거관리와 안보 공백 방지를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대선이 60일 내에 치러져야 하는 만큼,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관리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며 "특히 향후 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토록 엄격히 관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 발언만 보면 황 권한대행은 앞으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심판' 역할에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선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진영에서 황 권한대행 만큼 인지도나 지지도가 높은 인물이 없다"면서 "대선이 코 앞에 다가온 마당에 새로운 인물을 띄워서 선거를 치르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다른 관계자도 "황 권한대행 말고는 이렇다 할 후보조차 없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0~15% 가량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어떻게든 황 권한대행을 후보로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현실정치와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둬왔다. 과거 황 권한대행은 사석에서 "퇴임 이후에 공직 말고도 할 일이 많다"며 "봉사활동 등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측근들은 황 권한대행이 정치에 뛰어들 결심을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법조인 출신인데다 권력의지를 지금까지 강하게 보인 적이 없다.황 권한대행의 한 측근은 "그동안 법무부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오면서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황 권한대행의 가장 큰 강점이고 이에 대해 보수층의 기대감이 큰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현실정치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 실제 대선 경쟁력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정치지도자로서 국가 미래에 대한 그림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충분한 이해력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득시켜야 하는 선거를 치르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 더욱이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아 조직적으로 이를 준비할 시간도 없는 상태다.황 권한대행이 여러 차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인사검증이 된 인물이지만, 실제 선거전에 뛰어들 경우 각종 네거티브 공격에 노출될 여지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질환 때문에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점 등은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까지 가게 한 현 정부의 총리로서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야권에서 황 권한대행을 박근혜정부의 부역자로 몰아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까지 당한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 뛰어들 경우, 국민 대다수가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볼 여지가 많다.한 측근은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보인 것은 탄핵 정국에서 흐트러진 국정을 다잡기 위한 것일 뿐 대선 도전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앞으로도 황 권한대행이 민심에서 벗어난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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