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 감정에 중국서 문닫는 마트, 공장항공 등 국내 산업도 타격
[아시아경제 김현정, 오주연, 조유진, 이정민 기자]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반한'과 '반중'의 갈등 구조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대중국 수출품에 대한 무역장벽에서 한국여행 금지ㆍ한국상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 불티나게 팔렸던 인터넷 중국 여행 상품은 자취를 감췄고, 항공 소비도 주춤하면서 한국과 중국 간 하늘길마저 닫히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반한 감정에 문닫는 마트ㆍ공장= 중국 당국이 국내 기업의 유통 매장이나 제조 공장을 폐쇄시키는 한편, 소비자들은 무차별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부터 현지 소방당국은 점검 결과를 이유로 베이징 등 각 지역에서 40곳에 달하는 매장을 영업정지 시켰다. 롯데제과가 미국 허쉬사와 합작해 설립한 중국 초콜릿 공장에도 지난 6일 안전시설 미흡을 이유로 1개월 생산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롯데 불매 리스트가 확산되며 애꿎은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된 상황도 발생했다. 거론된 브랜드 대부분은 하오리여우(오리온), 하오여우취(스윙칩), 하오뚜어위(고래밥), 야투또우(오감자), 무탕춘(자일리톨), 모구리(초코송이) 등 오리온 제품 . 중국의 '국민 브랜드'로 여겨질 만큼 인지도가 높은 오리온이 롯데 계열사로 잘못 알려지며 뭇매를 맞자 이 회사는 "롯데의 계열 브랜드나 관계사가 아니다"라는 공지를 띄우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관련 리스트는 확산되고 있다. G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업계는 중국여행에 대한 안전문제가 불거지자 이번주 예정됐던 관련상품을 제외하고 동남아, 유럽, 일본 등 다른 지역 상품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양국 관계가 냉각된 올해부터 중국 관련 상품은 저조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전체 여행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51% 급증했지만, 최근 일주일 간(2월27일부터 3월5일) 중국 관련 실적은 크게 줄었다. 다롄과 상하이 관련 상품은 각각 평균 대비 50% 감소했고, 다롄행 상품은 취소율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었다.
웨이보에서 확인되는 또 다른 게시물과 사진. 시닝성 한 마트 내 오리온 매대에서 직원들이 물건을 치우고 있다고 소개됐다.
◆항공 등 국내 산업도 타격= 중국이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자 여름 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달 중국 민항국에 하계기간(3월26일~10월28일) 정기편 운항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청 노선에는 항공 자유화 지역인 산둥ㆍ하이난 노선도 포함돼 있다. 운수권이 없어도 항공사들이 개별적으로 사전 허가를 받으면 자유롭게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지역이다.중국이 노선 신규 취항과 증편 계획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유화 지역에 대한 운항 통제까지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중국 어얼도스, 산토우 2개 노선에 대한 운항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최근 '불허' 통보를 받았다. 중국 노선에 전세기를 가장 많이 띄워 온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등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아예 전세기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항공권 예약이 다 끝나고 운항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운항을 불허할 경우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이슈로 하늘길이 통제된 전례가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정·오주연·조유진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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