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등 현지 사업장에 대한 소방점검·행정처분 잇달아 롯데마트 23곳 영업정지…판촉물 문제삼아 8000여만원 벌금도 프랑스 계열 까르푸도 가세 "한국물건 안팔겠다"
[아시아경제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김현정 기자]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중국 현지에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제품 모두를 유통하지 않겠다는 애국 마케팅이나 한국 기업의 현지 판촉사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비이성적인 반응도 속출하고 있다. 1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마트의 일부 지점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가 하면, 현지 시장에서 경쟁하는 외자 기업이 반사이익까지 노리고 한국 기업 비난에 동참하는 분위기도 읽힌다.7일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소방 당국은 최근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국 롯데마트 및 롯데슈퍼, 롯데백화점 등 사업장에 대해 소방 점검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간차를 두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6일 현재 관련 처분을 받은 곳은 23곳으로 집계되지만, '걸면 걸리는' 식으로 점검하는 탓에 제재 매장이 40~50곳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실제로 영업정지 중인 롯데마트 매장은 '대피로가 좁다' '스프링클러 앞에 물건이 쌓여 있다' '비상문이 작동하지 않는다' 등 평소라면 경고에 그칠 만한 수준의 지적을 받았다. 영업정지 처분도 특정한 공식 절차 없이 구두로 혹은 현장에서 직접 통보하거나 추후 불시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불시에 다각도로 통보되고 있어 현재 일괄적으로 집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추가적으로 제재를 받는 점포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한 롯데마트에서 납품업체가 상품을 빼는 모습
벌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청년보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베이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전날 차오양구 주셴치아오 롯데마트에 대해 8건의 허위 판촉물을 적발, 50만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중국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지난 1월20일부터 22일까지 롯데마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상가를 최대 8배까지 부풀려 판촉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명절을 앞두고 현지 업체들 역시 관례처럼 평소 대비 정상가를 10배까지 부풀려 대규모 할인을 하는 것 처럼 홍보를 해왔던 터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매 움직임은 롯데 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 롯데가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롯데 계열 제품을 철수한 중국 내 3대 할인점 'RT마트(大潤發ㆍ다룬파)'에서는 최근 한국의 다른 브랜드 제품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등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도 추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프랑스 계열의 대형 유통기업 까르푸 역시 현지의 반한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까르푸는 베이징 내 12개 지점에서 서울우유 등 한국산 유제품 일부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의 구매 중단을 시작으로 다른 한국산 제품 모두 구매를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까르푸가 한국의 일부 우유업체에 추가로 납품받지 않겠다고 구두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도 "최근 까르푸에서 자사 우유 제품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롯데 계열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업체들의 제품도 철수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이번 조치는 2008년 중국 인권 항의 시위로 중국에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홍역을 치른 까르푸가 현재 일고 있는 반한 정서의 영향을 피하려고 선제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까르푸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파리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서 티베트 분리 독립을 옹호하는 프랑스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를 한 영향으로 중국에서 전국적인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중국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이세탄도 일부 한국 식품을 납품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품을 판매하면 롯데마트의 경우처럼 괜한 시비로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한국산 불매운동이 다른 외자 기업으로 번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관시(關係ㆍ중국 특유의 인맥 문화)로도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고용돼 한국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인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한국산 제품을 파손하는 격한 대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중국 시닝 지역에 있는 한 백화점 내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메이크업 시연 행사장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 기업 꺼져라"고 외치며 행패를 부렸다. 이들은 현지 직원들에게 '정신병자'라고 비난하거나 "중국인이 왜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또 중국 국가를 틀어놓고 불도저로 롯데의 시판 제품(소주ㆍ음료수 등)을 깔아뭉개거나 "롯데 상품을 매대에서 빼자"고 외치는 동영상도 떠돌고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영업정지 처분 등 사드 보복 압박을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보여주기 식인 단계"라면서 "언제든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한 번의 입김으로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현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우리 외교부의 물밑 라인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 정부는 안일한 대응을 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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