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긴장감 휩싸였지만 충돌 없이 집회 마무리
[아시아경제 이현주·문제원 기자]"애국 선열 뜻 이어 받아 탄핵 완수하자" vs "탄핵 기각이 애국의 길".제98주년 3·1절. 애국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맞서 싸운 선열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성·반대 측이 각각 "인용이 애국", "기각이 애국"이라고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맞나 싶은 이같은 장면인 지하에 계신 애국 선열들이 알면 통곡할 만한 일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 주최측인 '박근혜대통령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일 오후 5시부터터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탄핵 반대 측과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광화문 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 싸는 바람에 시민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적었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개최된 상태에서 주중 휴일인 데다 비까지 내린 것도 한몫했다. 오후 7시50분 현재 주최 측 추산 30만명이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3·1운동을 기념하고 애국선열들을 추모하는 한편 탄핵 반대 측과 구별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남정수 퇴진행동 대변인은 "경찰이 차벽으로 완전히 둘러 싸 일반 시민들이 광장으로 들어오는 출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면서 "반대 집회가 있다 하더라도 과잉 진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주었다"고 말했다.퇴진행동은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과 특검 수사 기한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촉구했다. 최형준 퇴진행동 공동 상황실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이곳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친 것이 벌써 124일째"라며 "탄핵 심판일에는 이곳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인용되면 자축하고 기각되면 헌재를 규탄하며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강력한 항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쯤 집회를 마친 후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한 후 해산했다.
3·1절을 맞아 이번 촛불집회엔 특별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발언대 단상 위에 올랐다. 이 할머니는 과거 겪었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며 "우리는 수년간 대사관 앞에 앉아서 공식적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한일 합의였다"며 "저희는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가 발언 후 아리랑을 부르자 시민들도 함께 따라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앞서 발언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모이신 한 분, 한 분이 유관순 열사"라며 "탄핵이 완수되고 정권이 교체돼 온전히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광장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탄핵반대측의 성조기 게양에 대해 강력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족의 자주 독립을 얘기하는 오늘과 같은 날, 외국 사람이 아닌 동포라면 당장 성조기를 거두어 달라"며 "대통령 변론을 맡고 있는 법조인은 국민과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일들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반대 측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15번째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들고 '탄핵 기각', '국회 해산'을 외쳤다. 주최측은 오후 4시30분 현재 492만명이 집회에 운집했고, 28만명이 행진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곳곳에서는 태극기를 흔들거나 몸에 두르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대형 성조기를 흔들거나 '좌파척결', '전라도 척결' 등의 과격한 주장을 담은 피켓을 앞세우기도 했다. 특히 경찰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 202개 중대 1만6000여명을 배치해 양측간 충돌을 원천 봉쇄했다.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사거리 사이에 이중 차벽을 만들어 접촉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큰 충돌이나 폭력사태는 없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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