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 6조원 시대'…반려동물 애호 1천만명, 럭셔리펫 시장도 뜬다

그림=오성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결혼 3년차 직장인 이수영(32·가명)씨는 지인들을 만나면 핸드폰을 꺼내 꼭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보여준다. 이 씨의 핸드폰엔 수백 장의 아이 사진이 있는데 발을 창문에 올려놓는 사진, 밥 먹는 사진, 꾹꾹이 하는 모습 등 포즈도 다양하다.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어머 너무 귀엽다. 종이 뭐야?" 이 씨의 아이는 다름아닌 8살 반려묘 모모와 5살 디디다.

이수영씨의 반려묘 샴고양이 디디와 치즈태비 모모.

◆반려인 1000만…'애완' 넘어 '반려'=과거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동물을 두고 '애완동물'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이제 동물들을 단순히 귀여워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1인가구,고령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을 하나의 가족, 즉 '반려'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반려견', '반려묘'란 용어가 더 익숙해졌다.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5년 21.8%로, 3년 전인 2012년(17.9%)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반려동물 사육 인구는 457만 가구,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반려견 놀이터 (사진=서울시 제공)

이렇듯 반려동물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부서가 생겨나고, 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농식품부는 축산정책국 방역관리과 아래 반려동물 관련 전담 조직인 '동물복지팀(가칭)'을 신설한다. 이전까지 2명이었던 동물 복지 담당 인원 수도 5명으로 늘렸다.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오는 7월 마포구 매봉산로 에스플렉스센터에 11억5000만원을 들여 '동물복지 지원센터'를 조성한다.실생활에서 쓰이는 신용카드가 '반려동물'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KB국민반려애 카드'는 동물병원이나 동물장례업체 등 반련동물 관련 업종을 이용하는 경우 10%할인이 된다. 하나카드가 출시한 '길고양이 후원카드'는 고양이협회에 길고양이 중성화와 치료를 위한 후원금을 전달하고 매월 사용 금액의 0.1%를 추가로 기부한다.◆"반려동물이 뜬다"=경기 불황 속에서도 펫코노미(Pet+Economy)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과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2012년 9000억 원대에서 2015년 1조8000억 원대로 커졌다. 2020년에는 5조8000억 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2015년보다 22.5%나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체 매출 성장률(1.8%)의 거의 20배에 이른다.온라인에서도 반려동물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쇼핑 '11번가'에서 작년 반려 동물 용품 매출은 2015년보다 40% 늘었고, 올해 이달까지 애견용품, 고양이 용품은 1년전보다 각각 23%, 30% 증가했다.

티몬 스위티펫샵.

지난해 티몬의 반려동물 상품군 매출도 2015년보다 55%나 많았다. 특히 고양이 용품 매출 증가율(78%)이 강아지 용품(40%)의 거의 2배 성장했다.이에 맞춰 유통업체들은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2010년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 펫 샵'을 내놨고, 롯데마트는 '펫 가든', 현대백화점 '루이 독' 등 반려동물 특화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정호원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이 가장 인기가 있다. 1년에 4번 시험이 있는데 매회 8~900명 정도가 응시한다"고 밝혔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 시험은 2012년 154명, 2013년 512명, 2014년 828명, 2015년 1001명, 2016년 2880명으로 해마다 접수자가 증가했으며, 5년새 10배 넘는 규모가 됐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접수자 역시 2014년 176명에서 2016년 61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자격증과 관련해서는 동물병원, 애견훈련소, 애견스포츠 조련사, 애견유치원, 도그워커, 브리더 등 취업분야도 폭넓은 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개'가 쓸건데...=사람도 하기 힘든 각종 호사를 누리는 반려견 반려묘들도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급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무농약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 수제 간식부터 고급 가구, 미용용품, 유치원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반려견 유치원에서는 배변 훈련부터 기본 예절, 사회화 등을 배운다. 어린이 유치원과 비슷한 교육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비용은 하루 1만5000원~4만원선이다. 반려견을 장시간 혼자 둬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 1인가구들 사이에서 인기다. 300여곳의 애견유치원이 영업 중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펫부티크의 가구들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이태리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의자 모양의 SUPERFINE 펫하우스는 600만원이다. 동물장묘업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같은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살뜰히 챙기는 주인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부터 관, 납골당까지 사람의 절차와 거의 비슷하다. 8년간 동물장례업을 하고 있는 조용환 러브펫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 안 좋은 시선도 많았지만 2010년대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점차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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