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실험실③]'한 송이 연구결과를 꽃피우기 위해'

400번 이상 실험과 5000번 이상 관찰

▲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KIS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과학기술은 백조(白鳥)를 닮았다. 결과물은 매우 우아하고 획기적이다. 성과물이 나오기 까지 물밑에서 수없이 많은 발이 움직이고 있다. 그 과정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원들의 발짓이 우아한 백조를 만드는 하나의 밑거름이다. 과학기술은 또한 백조(百兆)시대를 열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 10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백조 실험실'은 하나의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실험실 현장의 이야기를 매주 한 번씩 담는다.[편집자 주]'하나의 연구 성과를 꽃피우기 위해 실험실은 또 그렇게 분주하고 폭풍 같은 날들이 이어졌나 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8명의 연구팀이 신경 회로망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뇌 조직을 실제 세포 배양에 쓰이는 생체재료(3차원 체외환경) 내에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콜라젠 섬유를 특정 방향으로 정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콜라젠 내에서 신경세포를 3차원 배양할 때 세포 축삭의 성장 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 "400번 이상의 실험과 5000개가 넘는 신경세포의 칼슘 반응을 관찰해야 했다."8명의 연구팀은 약 3년 동안 주당 2~3회 쥐를 대상으로 400번 이상 실험했다. 교신저자인 최낙원 박사는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최소 3~4주 동안 오염 없이 세포가 살아남아 있으면서 신경 신호 전달 기능까지 갖고 있을 만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 1저자인 임선경 박사는 "전체 연구 결과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4년 동안 총 200번 정도의 세포 배양 실험을 했다"며 "3차원 세포를 배양할 때 세포 배양이 가능한 전용 클린존(clean zone)이 있었으면 연구가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실험 과정에서 오염(contamination)으로 오랜 시간 실험이 지연된 경우가 많았다고 되뇌었다. 공동1저자인 오수진 박사는 "세포 배양 날짜, 전기 자극의 세기 등 여러 조건을 변화시켜 가면서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 결과를 얻기까지 약 400번의 측정을 통해 5000개가 넘는 신경세포의 칼슘 반응을 관찰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최낙원 박사는 "정상적 신경 회로망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 등 비정상적 질병 상태의 신경 회로망까지 재구축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근 뇌 연구는 신경과학에 뉴로엔지니어링(Neuroengineering, 신경공학)이 접목되고 있다. 뇌는 아직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영역 중 하나이다. 복잡하고 정교하다. 우주를 닮았다. '뇌지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수많은 길처럼 뇌도 신경 회로망이 곳곳으로 뻗어 있다. 골목골목, 구석구석까지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한다. 실제 인간 뇌를 가지고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경과학에다 인간 뇌를 그대로 만들어내는 신경공학까지. 기술과 과학이 결합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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