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0년 설거지 하다보니 내공이 쌓이더라'
▲30년 동안 '설거지'의 달인을 자처하며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 백종범 교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과학기술은 백조(白鳥)를 닮았다. 결과물은 매우 우아하고 획기적이다. 성과물이 나오기 까지 물밑에서 수없이 많은 발이 움직이고 있다. 그 과정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원들의 발짓이 우아한 백조를 만드는 하나의 밑거름이다. 과학기술은 또한 백조(百兆)시대를 열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 10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백조 실험실'은 하나의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실험실 현장의 이야기를 매주 한 번씩 담는다.[편집자 주]"설거지가 기본입니다."백종범 교수(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49)는 '설거지 잘하는 교수'로 통한다. 학부시절부터 했으니 거의 30년 동안 화학 물질을 씻어내고 씻어냈다. 그 양이 얼마인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 자주 주부습진까지 걸렸다. 화학 실험에서 '설거지'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물질이 조금만 들어가도 결과가 달리 나오기 때문이다. '설거지의 달인' 끝에 백 교수는 세상을 놀라게 한 물질을 만들어냈다. 2015년 3월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된 C2N이다. C2N은 탄소와 질소가 2대1의 비율로 일정하게 배열된 채 균일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 물질이다. C2N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백 교수는 이 물질을 최근 루테늄(Ru)과 결합시켜 Ru@C2N을 만들었다. 이 물질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촉매로 백금만큼의 성능을 보였다. 핵심 재료인 루테늄의 값은 백금의 4% 수준이다.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2월 14일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역시 발표됐다.C2N 신물질이 반도체로서 가능성은 물론 물 분해 촉매로 응용은 Ru@C2N에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다. C2N에 다른 금속을 붙여 진단용 의료기기와 함께 쓰는 화학물질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30년 동안 설거지하고 실험하고 또 설거지하고 그런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화학합성은 설거지가 기본입니다. 반응 용기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니까요.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야 화학합성의 실력이 단단해집니다. 신소재라는 게 이론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백 교수는 "C2N은 쉽게 합성할 수 있어 상용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며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팔방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합성은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실제로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부지런히 물질을 반응시키고 설거지하는 사람이 경험이 쌓이고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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