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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이제 꽤 흔해졌다. 평균초혼연령은 2015년 남녀 모두 30세를 돌파했고(남 32.6세, 여 30.0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해마다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20대를 결혼적령기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있다. 요즘엔 20대 후반에 결혼하는 것도 ‘빨리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기에 20대가 비혼주의를 말하면 “섣부른 선택”이라고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정말 ‘뭘 몰라서’ 비혼을 선택하는 걸까.‘결혼은 현실이다.’ 기자가 만난 20대 비혼주의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그들은 결혼을 했을 때 얻게 되는 이득이나 만족보다는 부담해야 할 대가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가부장적 문화는 이전 세대보다 성평등 의식이 높아진 20대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성별에 따른 교육수준이 거의 차이가 없는 오늘날, 경제권을 갖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유지하고자 하는 많은 20대 여성들에게 결혼으로 인한 가사·육아 부담은 경력과 삶의 질을 모두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20분이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최은혜(가명·25)씨는 “가사 노동이 금전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쉽게 폄하되고 여성에게 주로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흔히 경험하는 주변의 가부장적 발언들 때문에 결혼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결혼하게 됐을 때) 아침밥을 챙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한결 같이 ‘그래도 남편 아침밥은 챙겨줘야지’라고 말한다. ‘결혼하면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 먹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남자 지인들도 많다.” 부모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고 자라면서 ‘결혼의 현실’을 체감했다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혜림(가명·26)씨는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시댁으로부터 ‘며느리 노릇’을 우선적으로 요구받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 고모나 다른 친척들이 모두 당연하게 어머니가 수발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 토로했다.이씨는 며느리와 사위는 엄연히 ‘다른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며느리는 ‘아가’라고 부르지만 사위는 ‘김 서방’ 이런 식으로 부르지 않나. 호칭부터 다르니 대우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결혼이 상호간에 평등한 관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이씨를 비혼주의로 이끈 가장 큰 원인이다. 한편 가부장적 문화는 남성에게 주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기제가 된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신혼집 장만에 대한 부담은 결혼과 관련해 남성들에게 가장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이런 부담감은 비혼주의자가 아닌 남성들에게도 결혼을 늦추거나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김영수(가명·26)씨는 “결혼에는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자신이 비혼주의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결혼 비용’을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대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실제로 결혼 과정에서 남자에게 기대하는 경제적 비용들이 있다. 그런 걸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오재상(가명·32)씨는 “결혼하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해도 이직이나 직종 변경을 생각하기 힘들 것 같다”며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남자들은 결혼할 때 집을 해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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