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로봇세(稅)의 숨은 뜻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 핵심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다. 이들은 파업도 없이 24시간 신속 정확하게 일한다. 능력도 뛰어나다. 이미 IBM의 의료로봇은 인간계(界) 의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바둑왕 이세돌 9단을 가볍게 눌렀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걱정이다. 특히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이제 로봇 차지가 될 것이다. 대학교수직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하버드 법대 A교수의 강의를 전 세계 법학 전공 학생들이 직접 수강하게 될 것이다. 영어수업이지만 번역 로봇이 동시통역을 해주니 한국 학생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운영비가 적게 들고 학생들은 세계 최고 석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대신 나머지 대학교수들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로봇을 깨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면서 기계를 파괴한 19세기 영국 '러다이트(Luddite)운동'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한쪽만을 바라본 외눈박이 시각이 절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컴퓨터 도입으로 타자수 등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었다. 하지만 삼성 등 컴퓨터 제조업체가 나타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었다. 다만 로봇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현재보다 더 창의적이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로봇세(稅)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있다.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들에게 로봇세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이나마 안겨주자는 얘기다. 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고 우리나라 대선 후보자 몇몇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로봇세는 소비세, 재산세, 소득세로 대별할 수 있다. 소비세는 이미 시행 중인 유사 사례가 있다. 커피자동판매기(자판기)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가 그 좋은 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자판기를 납세자로 보아 사업자등록증을 부여한다. 왜냐하면 이들 자판기는 계속적 반복적으로 사업(커피판매)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숍과 대체재 관계다. 관계자판기 주인은 세무신고납부를 대행할 뿐이다. 로봇소비세도 이렇게 하면 된다. 재산세도 어렵지 않다. 현행 세법상 자판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재산세를 부과하는 규정은 없다. 비과세한다. 하지만 로봇이 고가일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고가의 자동차에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것처럼 로봇재산세를 부과하면 된다. 문제는 소득세다. 소득세 납세자는 인격(人格, Person)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인격이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이다. 현행 법체계상 인격을 지닌 자는 자연인과 법인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유럽의회는 로봇이 인격을 지닌 '전자인(Electronic Person)'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세법의 영역을 벗어난 철학적 문제로 귀착된다. 인간과 로봇 중 누가 '갑'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소비세나 재산세는 그래도 인간이 갑이다. 인간의 로봇 소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소득세를 내는 로봇은 다르다. 오히려 소득세를 못내는 인간을 멸시할지도 모른다. 로봇이 벌어들인 돈은 누가 가져가나. 구글(google)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세계 굴지의 기업이 아니겠는가. 결국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돈을 싹쓸이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실력은? 궁금하다. 구글이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에게 미안하다며 로봇세를 걷어 기본소득이라도 받아서 살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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