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조은임 기자]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부채도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가 금리인상, 물가인상, 실업률 증가 등과 맞물려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고, 기업부채가 함께 늘어남에 따라 수익성 악화, 투자부진, 고용감소 등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이 함께 '빚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20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속보치)은 1154조6000억원으로 1년 새 124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5년 증가액 110조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가계대출 속보치에 대부업체, 주택도시기금, 자산유동화회사 등의 대출금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액은 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68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0%에 감소한 데 반해 비은행 대출이 크게 늘었다.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년대비 72.7%나 많은 55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은행 신규 대출이 어려워진 신용등급 5~7등급 중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출로 내몰린 것이다. 부채증가와 금리인상으로 소비침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저소득층과 극빈층은 고용불안과 겹쳐 가처분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소득 10분위 중 1분위인 극빈층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1만7000원으로 1년 만에 16%나 줄었다. 자영업자 대출도 위험수준까지 올랐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30조5000억원) 증가분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22조10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는 평균 9812만원의 빚을 보유했고 이 가운데 27%는 부실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자영업자는 94를 기록해, 봉급생활자(106)보다 12포인트나 낮았다. 기업부채도 턱 밑까지 찼다. 신흥국으로 분류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금융기관 제외) 비율은 105.9%다. 홍콩(211.1%), 중국(169.1%)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15조원이나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시장에서는 부실여신비율의 증가세가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산업은행의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비율은 6.02%로 가장 높고, 수출입은행도 4.46%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조선업(14.33%), 해운업(9.85%), 건설업(3.93) 등 취약업종의 부실채권 비중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 조선, 해운 등의 한계기업들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익성이 급속히 떨어지는 가운데 차입을 늘렸고, 일부 은행들이 산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대출구조조정을 미뤘다는 것이다.더군다나 국내 증시에 상장한 굵직굵직한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지난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83개(추정기관수 3곳 이상) 중 55%(54.21%)에 달하는 45개 기업이 시장 전망치를 10% 넘게 밑돌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악재로 작용한 걸로 풀이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기업들은 2009~2010년 경 차입을 통해 투자를 늘려왔는데 예상만큼 경기가 받혀주지 않으면서 부실에 직면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기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는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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