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대처 AI 이어 구제역은 백신접종체계 문제…처벌도 솜방망이
충북 구제역 발생으로 농가 젖고 195마리가 살처분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초래한 조류독감(AI)이 유행하고 뒤를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는 과정에서 관료사회가 가지고 있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일한 초기 대처를 시작으로 관리체계는 부실했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까지 남발하면서 허송세월하는 동안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연례행사처럼 가축 질병이 유행하고 있지만 전문성은 떨어지고 책임의식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병을 뿌리뽑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없었다.AI는 늦장 대처가 사태를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이러스 매개체가 야생철새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한계는 존재했지만 첫 발생 이후 신속한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AI 방역 책임부서는 농림축산식품부지만 철새 관찰은 환경부로 나눠져 있어 부처간 소통에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AI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위기경보를 상향했는데 이 기간 동안 AI는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사육중이던 산란계의 33%나 살처분됐다. 살처분 작업도 인력과 매몰지 부족으로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지난 5일 발생한 구제역에 대해 정부는 4일 만에 위기경보를 상향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백신 접종체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구제역 백신 접종에 국비와 지방비로 530억원을 지원했지만 구제역을 막지 못했다.과거 구제역이 소 보다는 돼지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백신 접종 관리는 돼지를 위주로 이뤄지고 소는 뒷전에 밀렸다.그나마 백신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항체형성률 검사도 지난해에 돼지 24만마리를 실시한 반면 소는 2만6000마리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사육중인 소 330여만마리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했다.95.6%로 조사된 항체형성률도 현실과 달랐다. 농장에서 1마리씩 검사를 하다보니 변수가 많았고 조사과정을 지자체에 맡기면서 조사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숫자만 맹신한 꼴이었다.또 사육규모 50마리 이상의 농가에서는 백신을 농가 자체적으로 접종토록 규정하고 있어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했다.처벌도 약했다. 지난해 구제역 백신 미접종 등에 대한 처분으로 내려진 과태료 부과 건수는 69건에 불과했다. 2014년 473건, 2015년 180건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 결국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된 농가 가운데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해 백신 접종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드러났다.현재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구제역 발생 농장주 모두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역학조사 결과 농장주의 해외여행이 구제역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허술한 검역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농장주 등 축산관계자는 가축전염병 발생국가 방문시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처벌조항이 없어 입국신고의무는 사실상 없으며 출국 사실 등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도 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말에야 법을 개정해 오는 6월부터 신고 위반시에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할 예정이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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