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구조 개혁' 외친 日, 기업 실적 웃었다

日 기업 1118곳 중 255곳이 최대규모 순익 낼 전망노동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관리·시스템개발·서비스 업종 성장세 뚜렷유연근무제 확대·초과근무 시간 조정 등 정책 힘 받으며 기업 실적 선순환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본 상장기업 5곳 중 1곳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환율·무역 갈등으로 악조건에 노출된 곳이 많지만 노동환경 변화 정책이 효과를 내고 방일(訪日)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선순환 구조가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3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 중인 일본 기업 1118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55곳(22.8%)이 3월 결산 시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과거 실적을 주도했던 수출관련주가 아닌 인력관리나 시스템 개발 기업, 제조·서비스 업종의 성장세가 뚜렷한 것이 두드러진 변화로 읽힌다. 노동시간 감소와 이를 통한 소비 확대를 추진 중인 일본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엔고 현상에 따른 수출 기업의 부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인력파견 기업인 템플릿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이 250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가파르게 증가하며 5분기 연속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인재 파견 사업이 힘을 받았다. 취업이나 업무관리 소프트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아마노 역시 수요 확대에 따라 3년 연속 사상 최고이익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 중인 정보기술(IT) 업체 유니시스도 실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도 힘을 받게 마련이다. 템플릿 홀딩스 주가는 도쿄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2027엔까지 돌파하는 등 올 들어 꾸준히 2000엔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이런 실적 순풍은 노동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요구를 기업이 경영에 적극 반영하면서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광고회사 덴츠의 신입사원 자살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을 장려하고 초과근무 축소 방안을 내놨다. 이후 미쓰비시도쿄UFJ 등 일본 3대 은행과 도요타자동차, 야후 재팬, 유니클로 등 일본 대표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근로 시간을 줄이는 시도를 하며 노동환경 변화에 동참했다.기업들이 1인당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추가 채용이 발생했고 짧은 근무시간 동안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게 되면서 관련 분야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노무라증권은 대기업에서도 업무효율화와 관련한 IT서비스 연계가 확대되고 있다며 근무환경 개선으로 수익 창출을 이끄는 회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들의 이번 분기 7%대 순익 성장을 예상했다. 일본 기업의 변화 움직임은 여행과 레저·건강산업도 실적에 돛을 달았다. 철도회사 도카이여객철도(중앙일본철도)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신칸센 실적 호조로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이 2015회계연도보다 27.6% 뛴 337억엔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네다국제공항과 도심을 잇는 게이힌급행전철 역시 노선 이용객 증가로 9분기 만에 최고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도 6분기 연속 최대 이익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는 업무시간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베이비붐 세대 관심까지 겹치며 건강음식과 서비스 관련 업종의 실적도 기대되고 있다. 동맥경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폴리페놀이 풍부한 코코아 판매 호조에 힘입어 모리나카제과는 매출과 이익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 2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중앙스포츠도 노년층 회원 수가 늘면서 순익 개선이 기대된다. SMBC닛코증권의 미야마에 고야 수석이코노미스트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소비재 수요는 아직 부진하지만 여행 등 서비스 관련 소비는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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