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이템', 그 유래와 비밀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사회초년생 박모(27)씨는 최근 출산을 앞두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국민 기저귀함으로 부탁해"라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국민 기저귀함이 뭔 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는데 검색하니까 바로 쫙 떠서 깜짝 놀랐다. 아기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어서 '국민'자가 붙었나보다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국민00의 탄생=요즘 '국민 00'은 너무나 익숙한 수식어다. 대표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거나, 인기를 끈 배우나 가수에게 '국민 배우 ','국민 가수'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국민 유모차, 국민 책상, 국민 틴트, 국민 아이크림 등등 왠만한 제품들 중에 인기좀 끈다 싶으면 '국민'이라는 별명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국민'수식어가 지금처럼 쓰이기 시작한 건 9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로 분석해본 결과 '국민 가방'이란 수식어는 1997년에도 쓰였다. 한 일간지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방 브랜드 '이스트팩'을 두고, 국민 가방이라고 칭했다.
이후 잠잠하다가 2010년대에 이르러 여러 언론과 방송에서 '국민 00'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면서 '국민'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대표적인 수식어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그 제품은 어떻게 국민템이 됐을까=요즘 10대 소녀들에게 필수템으로 꼽히는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의 '디어달링'은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효자상품 이다. 저렴한 가격에,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발색 때문에 입소문을 타 '국민 틴트'가 됐다.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프시스 책상 역시 비슷한 경우다. 3만99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느낌의 디자인으로 '국민 책상'으로 거듭났다.
국민 아이템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육아의 세계다. 엄마들 사이에선 '국민'이란 수식어는 거의 육아용어처럼 유행하고 있다.'국민 유모차','국민 카시트','국민 기저귀', '국민 장난감','국민 아기욕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엔 육아온라인커뮤니티가 한 몫한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영유아부모 육아소비에 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부모 10명 중 4명(40%)은 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 추천으로 임신·출산 준비용품을 구입했다. 육아커뮤니티에서는 국민 유모차 후기나, 국민 육아용품을 문의 하는 글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가수 유진의 집 거실에 깔려있는 아기 매트. '국민 매트', '로희 매트'로 불린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거나 추천을 받으면 국민 육아용품으로 급부상한다. 인기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제품 역시 국민 아이템이 돼 인기를 얻기도 했다. 육아 커뮤니티에선 "로희(가수 유진의 딸)가 쓰는 매트 어디 제품인가요?"라는 질문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출산을 앞둔 이혜진(32·가명)씨는 육아용품을 위해 검색창에 '국민'이란 단어를 붙여 이것저것 검색을 했다. 이씨는 "엄마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국민 장난감이라는 단어를 알게됐는데 그 때부터 모든 물건 앞에 '국민'을 넣어서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초보 엄마라 지식이 별로 없는데, 아무래도 많이들 쓰는 제품이니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고 의견을 냈다.◆"이거 사면 평타는 친다"=전문가들은 '국민 아이템'은 추천사회가 만들어낸 '평타(평균은 간다)'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2017 트렌드 리포트' 저자 정유라 연구원은 국민아이템에 대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너도 가지고 있고 나도 가지고 있는 그 제품이 국민 아이템으로 간택된 이유는 그 아이템이 적어도 '평타는 친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평타만 친다고 아무나 국민 아이템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래의 누구에게나 다 필요한 아이템이어야 하고, 대중적으로 수용될 만큼 가격대 등의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고 전했다.이어 "'국민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그 시대의 특징을 읽을 수 있는데, '국민 매트'로 불리는 '로희 매트'는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서 가수 유진의 집 거실에 깔려 있어 유명세를 탔다. 요즘은 '국민 아기'가 슈돌 아기들이다 보니 여기서 등장하는 육아 제품들이 국민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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