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에 7차례 탈락한 A씨. A씨는 정규직이 되려면 7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취업브로커의 얘기를 듣고 은행대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출이 여의치 않자 환경미화원인 이모에게 돈을 빌려 취업브로커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해서 A씨는 2015년 한국지엠에 정규직으로 들어갔다.#지난해 한국지엠에 입사한 B씨.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0차례나 정규직 채용에 탈락한 B씨는 취업브로커의 요구로 7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하지만 B씨는 마침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1000만원만 브로커에게 건넸다가 수사가 끝나자 돈을 돌려받았다. 한국지엠의 도금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 직원들이 취업브로커를 통해 금품을 주고 정규직에 채용된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채용비리'라는 합작품을 만들어냈다.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형근)는 8개월여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한국지엠 전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과 전·현직 노조지부장 등 31명(구속 9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7일 밝혔다. 전·현직 임원 3명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정규직 '발탁채용' 과정에서 각각 45∼123명의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켜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또 노사협력팀 상무와 부장 등 간부 2명은 2015년 9월 정규직 전환 대가로 취업자로부터 각각 2000만∼2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 외 전·현직 노조 핵심간부 17명과 생산직 직원 4명도 2012∼2015년 사내에서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3억3000만원을 각각 채용자로부터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채용비리와 관련해 적발된 총 금품액수는 11억5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노조 핵심간부 17명이 8억7천300만원(75.7%)을 받아 챙겼다. 황의수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주로 노조 전 간부 등이 취업브로커가 돼 입사 희망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노조 집행부나 인사담당 회사 측 임원에게 채용 청탁을 했다"며 "회사측은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노조가 추천한 대상자들을 성적조작 등을 통해 무조건 합격시켜왔다"고 밝혔다.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6차례 진행된 한국지엠의 발탁채용에서 채용비리로 정규직 전환된 직원은 인천 부평공장 합격자 346명 가운데 123명(3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비정규 직원들이 뒷돈을 주면서까지 정규직에 채용되려는 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되면 연봉이 2배 가까이 오르고, 각종 수당이며 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혜택이 있다. 여기에다 대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과 고용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황 2차장검사는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한 많은 비정규직들이 이같은 비리 구조의 벽에 막혀 채용 절차조차 밟지 못했다"며 "취업브로커를 통해 정규직이 된 직원들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급전을 마련해 취업브로커에게 거액의 금품 을 주고 겨우 취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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