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분양 시화지식산업센터 가보니…7곳 중 3곳만 실제 가동…인건비 감당못해 해외로 눈길
동양다이캐스팅의 직원들이 가스압력조절기 등 부품 조립을 하고 있다. 이 업체는 개성공단 입주 당시와 비교해 직원, 생산규모를 10% 규모로 줄인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산=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후 매출, 공장규모, 직원 숫자 등 모든 것이 10분의1로 변했습니다. 납품을 제 때 못해 거래처가 끊겼고, 공장 이전ㆍ설비 투자로 빚까지 냈죠…."개성공단 입주기업이던 동양다이캐스팅의 주무송 가공부문 차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는 전자ㆍ완성차 대기업에 가스압력조절기ㆍ에어백 케이스 등의 부품을 납품한다. 개성공단 가동 당시 230여명에 이르던 직원수는 지금 22명으로 쪼그라들어 있다.동양다이캐스팅의 현주소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사태 1년을 맞은 시점에서 본 입주기업들의 평균치다. 10일이면 가동중단 1년을 맞게 된다. 6일 오후 개성공단 기업들이 대체 공장으로 마련한 '시화지식산업센터 아파트형 공장(이하 시화공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동양다이캐스팅을 비롯해 대화연료펌프ㆍ에스제이테크 등 중소기업 7개사가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에서 직선거리로 70㎞ 남짓 떨어져 있는 곳이다. 정부는 산업단지공단을 통해 임대료 없이 공장을 제공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마련한 동양다이캐스팅의 대체공장이 협소해 조립부품과 박스들이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다. 동양다이캐스팅의 개성 공장은 1200평 규모였지만 현재 시화 아파트형 공장은 120평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3개사에 그쳤다. 나머지 4개사는 사무실과 원부자재 창고로 대체공장을 활용했다. 그나마 2개사는 공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동양도 그 중 하나다. 화성으로 이달 말 공장을 옮긴다. 장소가 협소한 탓이다. 주 차장은 "개성의 공장은 4000㎡(약 1210평)이 넘는 규모여서 주조부터 조립 완성을 함께 할 수 있었다"며 "대체 공장은 412㎡(124평)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는 완성된 부품과 가려낸 불량품, 포장박스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주 차장은 "외주업체에 맡긴 부품이 많아 개성공단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제품 단가가 올랐다"며 "대체 공장에서는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워 이전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도 있다. 전자부품 커넥터(전기기기나 전선을 전기적으로 접합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 코씨엔은 이달 말부터 베트남에서 임대 공장을 가동한다. 김종무 코씨엔 이사는 "개성공단에만 공장이 있었는데 피해액이 50억원에 달한다"며 "대출을 받아 베트남 임대 공장을 마련한 터여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시화 아파트형 공장 내 기계설비가 멈춰서 있다. 개성공단 중단 1년, 멈춰선 일부 생산설비들이 스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개성공단기업들은 공장 이전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영상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이점은 남측의 10분의 1수준인 저렴한 노동비용이었다.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은 월 200달러(약 22만7000원) 수준이었다. 국내 노동력을 활용할 경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해외 공장을 확보하더라도 공장 등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대출 금리 상승이 발목을 잡는다. 진퇴양난인 상황.지난해 국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유동자산 피해 지원예산 703억원을 통과시켰지만 정부의 반대로 올해 본예산 반영은 불발됐다. 개성공단 기업은 물론 원부자재를 납품했던 협력업체들마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이에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테인리스 냄비를 제조하는 창신금속의 박창수 대표는 "정부의 지원은 개성공단 재개 이후 갚아야 하는 경협보험금, 혹은 저금리 대출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한물산 신한용 대표 역시 "가동 중단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방치된 복구비용과 설비 수리비, 잊혀가는 영업망도 문제"라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표했다.
개성공단 피해 및 지원액 현황. 자료=개성공단기업협회
한편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집계한 소속 회원사의 실제 피해액은 1조5000억원 이상이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 상태다. 개성공단이 아닌 국내외 지역의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은 75곳(61%), '고육지책으로 '재하도급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는 곳이 36곳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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