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더 내라' 금감원, 올해 감독분담금 17% 늘려

감독분담금 전년대비 431억 늘어난 2921억원으로 편성…통상임금 패소 소송 대비 적립 차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통상임금 패소 비용 명목으로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400억원 넘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감독기관 비용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충당금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3228억원)보다 410억원(12.7%) 늘어난 3639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중 감독분담금 수입은 지난해보다 431억원(17.3%) 늘어난 2921억원으로 책정됐다. 금감원의 운영수입 항목은 크게 한국은행출연금, 감독분담금, 발행분담금, 기타수수료 등으로 구분된다.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 총부채, 영업수익, 보험료수입에 영역별 분담요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 전체 수입중 70%를 차지한다. 감독분담금은 지난 2014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긴 이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대비한 예비비를 적립해둘 필요가 있다보니 감독분담금도 늘어나게 됐다"면서 "일시적인 예비비 증가분이 컸고, 그외 증가는 예년수준이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통상임금 소송은 201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 노조 다수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사측은 소송에서 패소했다. 사측은 소송 패소에 따라 통상임금 비용 적립에 대비한 예비비 성격의 예산을 지난해 적립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의 통상임금 소송은 이보다 1년 늦은 지난해 제기됐고, 예비비 또한 뒤늦게 적립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사들은 감독분담금을 놓고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불만을 토로해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진웅섭 금감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의 간담회에서는 "감독분담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왔고, 지난해는 외국계 은행들이 감독분담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이 늘어나는 예산을 전액 금융회사에 떠넘길게 아니라 자체적인 예산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금융계에 적지 않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저금리로 금융사 경영환경은 악화되고 있어 해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분담금은 매년 늘고 있어 예산 부담이 크다"면서 "금융사에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금감원이 정작 스스로는 비용효율화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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