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공약을 하나하나 밀어붙이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중국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그의 거래와 상대방에 대한 대응 방식은 이렇다. “정말로 좋은 거래는 당신이 승리하는 거래다. 당신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상대방이 패하는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공격한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라.” “최대한 강력하게 급소를 노려 한 번에 상대방을 무너뜨려야 한다.”(트럼프의 저서인 “크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라”에서 인용) 미국은 지난 한해도 중국과의 교역에서 35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무역 적자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트럼프는 그만큼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대중국 수입 상품에 관세를 45%나 부과하겠다는 선거 공약도 제시했다. 이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을 비슷한 가격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 임금 등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는 중국이 단연 미국에 비교우위 상태에 있다. 또한 수입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물가가 오르고 미국 가계의 부담이 크게 는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4.7%로 거의 완전 고용 수준에 접근해가고 있는 상태에서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미국이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훨씬 높은 분야는 금융이다. 미국은 중국 금융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의 자유화이다. 금융시장의 자유화는 중국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는데, 중국 경제는 9~10%의 고성장을 했다. 한 때 중국의 고정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7%에 이를 정도로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이 발생했다.금융시장을 자유화하면 금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률이 7% 정도인 나라에서 3~4%의 금리는 비정상적이다. 금리 상승은 경쟁력 없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이다. 외환시장 자유화로 일부 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의 자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중국에서 금융으로 무역 적자 이상의 돈을 벌어갈 것이다.문제는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금융시장을 개방할 것인가에 있다. 중국은 그동안 ‘무역 혹은 제조 강국’을 외쳤다. 중국 제조업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이를 만큼 중국은 제조 강국을 달성했다. 중국은 이제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유화 없이 이를 달성할 수 없다. 중국은 금융시장 자유화로 국내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금융 강국에 이르는 터전을 마련할 것이다.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조 달러가 넘게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도하면서 미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 우리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른 만큼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금융으로 우리의 국부를 늘릴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오고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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