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스피드 업

美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연비규제 완화신흥국 수요 기대감 더해져 올해 전망 밝아[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권성회 기자] 정초부터 자동차주들이 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여건이 호전된 데다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수요 기대감까지 더해진 덕이다. 자동차주들은 이 기세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초 13만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최근 한 달 사이 15만원대로 올랐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12월 초 대비 각각 10% 넘게 상승했다.  연초 강세의 1등 공신은 트럼프 효과와 이를 등에 업은 달러화 강세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친환경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달러 환율과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가 10월 말 대비 각각 5.5%, 14.6% 상승하면서 자동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이 향후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도 인하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호조를 기대케 한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비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 증설이 취소되는 것도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전체 자동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의 상승반전으로 신흥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자동차업계의 실적이 본격 회복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자동차주들의 올해 주가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동차 판매목표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825만대로 현대차가 4.5% 늘어난 508만대, 기아차는 5% 증가한 317만대가 목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는 이머징 시장 수요감소에 따른 수출 감소,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788만대를 기록했다"며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인 825만대 달성 여부는 러시아, 브라질 신흥시장 회복 가능성에 달렸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주들의 동반상승도 예상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가 회복되면서 부품주로도 관심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항공업은 자동차와 달리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산 합의로 인한 고유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돼 온 달러 강세 기조에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항공주들의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OPEC 감산 합의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말부터 상승해 온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8일 이후 배럴당 5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역시 지난달 23일 1200원을 돌파하는 등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대외 여건 악화에 주요 항공사들의 신용등급도 내려갔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내렸다. 대한항공은 높은 부채비율 탓에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부진과 취약한 재무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한항공은 5일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세에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며 "최근 대형사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상승한 것도 악재"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 대립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해운업의 경우 한진해운의 매각 건 등 이슈가 존재하지만 벌크선 운임의 상승으로 당분간 좋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평균 해운업에 있어 공급과 수요의 지표가 되는 벌크운임지수(BDI)는 지난해 평균 669포인트를 기록해 전년보다 6.1% 낮아졌지만 현재는 900포인트 중반에 형성돼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BDI는 1100포인트가 정상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상승 흐름은 지수 정상화의 과정"이라며 "이 덕분에 현재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해운은 지난달 9일 1만5500원까지 내린 뒤 이달 5일 1만7500원까지 올라 한 달 새 12.9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흥아해운 역시 같은 기간 1215원에서 1585원까지 상승해 30.45% 급등했다.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BDI상승의 경우, 석탄, 철강 등의 수요가 많은 겨울이 성수기인 이유도 작용했다"며 "그러나 지난해처럼 7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부담은 없고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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