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친박당' 새누리당의 운명은?(종합)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친박(친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탈당하겠다'며 끊임없이 당의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을 했다."(정우택 의원) "탈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기억이 없다. 해체 수준으로 고쳐서 재창당해야 한다."(나경원 의원)
◆與 분당은 필연, 속도의 차이일 뿐…탈당 수순 밟는 비주류= 16일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 4선인 정우택 의원과 재선인 이현재 의원이 새로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선출되면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탈당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분당 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디데이(D-day)'는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는 오는 21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국위는 친박계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비박(비박근혜) 의원들 사이에선 "뚜껑을 열어볼 필요도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박계 공동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비박계 잔류파로 분류된다. "당장 탈당해 보수 신당을 꾸리자"던 김무성 전 대표에 맞서 비주류의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주도했다. 친박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승부를 가리자며 '무리수'를 둔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비박계가 다소 뜸을 들이는 이유는 탈당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원내대표 경선에 임해 표대결에서 진 만큼 당장 탈당을 결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추후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온건 성향의 범친박계로, 중도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배후의 친박 진영이 당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게 비박계의 판단이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선 친박인 정ㆍ이 의원과 비박계 후보인 나경원ㆍ김세연 의원이 짝을 이뤄 양자 대결을 치렀다. 정 의원과 나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각각 이 의원과 김 의원을 택했다. 이번 경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이 사퇴함에 따라 치러졌다. 하지만 친박계가 다시 당권을 장악하면서 후유증이 불거질 전망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나 의원은 "우리 당이 조금 더 민심에 가까워지기 위해 친박은 2선 후퇴가 맞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또 국민의 생각"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탈당 여부에 대해선 "일단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표결에선 전체 128명의 의원 중 119명이 투표에 참여해 정 의원이 62표 , 나 의원이 55표를 얻었다. 김규환, 김종석, 김선동, 김정훈, 김재경, 배덕광, 여상규, 이은재, 정태옥 의원 등 9명은 기권했다. 친박ㆍ비박 간 대결로 압축된 경선에선 중립성향 의원들의 표심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중립으로 분류된 30명 가까운 의원들 대다수가 범친박으로 분류되면서 '비박 필패론'이 돌았다.  앞서 친박·비박 간 분당을 막기 위해 일부 의원들이 원내대표 합의 추대나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재추대 등을 논의했지만 비박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친박 '버티기' '굳히기'…헌재 심판이 분수령= 이제 친박계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리 종결까지 당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이인제·김태호 전 의원 등 강성 친박 비대위원장을 옹립해 당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무처 직원 등이 친박 지도부에 반발해 당직자 파업 등에 나선 만큼 크고 작은 내홍을 이어갈 전망이다.  비박계로선 이제 선택지가 없어졌다. 탈당과 신당 창당 외에는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다. 일각에선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비대위원장 인선 투쟁에 나서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투쟁이란 설명이다.  최근 보수신당 창당 의지를 밝힌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당 로고와 명칭까지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선출 결과를 보고 탈당 여부를 결심하겠다”던 유승민 의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공동으로 탈당에 나서면 적어도 30명의 비박 의원들이 동참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들은 수도권과 부산·경남(PK)을 근거로 보수정당을 꾸리게 된다. 변수도 있다. "흩어지지 말고 함께 가자"며 호소하던 정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비주류나 중도세력에게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향후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친박·비박 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를 위해 의총이 소집되겠지만 비박이 이에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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