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산업2부 차장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가 용광로처럼 모든 사회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영화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소식들이 전해져서 이제 웬만한 일들엔 놀라지도 않는다.최순실 게이트는 영화 '내부자들'과 비교되곤 한다. 정치인, 기업인, 조폭, 검찰, 언론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묘사한 이 영화는 최순실 사태를 미리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후속작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내부자들'은 지금 이 시국에서는 오히려 현실을 미화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라면서 "아무래도 지금 현실이 (영화를) 훨씬 뛰어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 영화를 더 잘 만들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우 감독의 말은 실제로도 증명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개월간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동안 VOD 매출이 지속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만 해도 VOD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VOD 매출 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뉴스를 보기 위해 저녁 시간에 VOD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VOD를 안 본다는 것이다. 보도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막장도 이만한 막장 드라마가 없다. 다른 데서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4분기 들어 영화 중에 히트작이 없는 것이 VOD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순실 게이트는 향후 미디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사건을 주도적으로 보도한 JTBC의 뉴스룸은 9%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그 덕분에 JTBC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CJ E&M의 TVN은 예능과 드라마에서 유료방송채널이 지상파방송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어 JTBC는 철옹성 같은 지상파방송 뉴스 프로그램도 종편이 뛰어넘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가장 신뢰하고, 공정하며 유용한 미디어'로 JTBC가 3관왕을 차지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이러한 성과들을 기반으로 이제 종편들은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지위를 요구하려 할 것이다.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송출 수수료나 채널 편성을 놓고 해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처럼 변화된 판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최순실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미디어 업계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강희종 산업2부 차장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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