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의 휴먼 피치] 기성용은 거절했지만…韓 유럽리거 여전히 '황사 주의보'

중국 이적제의를 거절한 기성용(위) [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27·스완지시티)은 중국행을 거절했다. 그는 상하이 상강으로부터 연봉 200억 원(추정치), 계약기간 2년 내용의 제의를 받았지만 유럽 잔류를 선택했다. 쟁탈전을 한 허베이 종지도 유럽에서 더 뛰겠다는 기성용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기성용 뿐일까. 황사머니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 다수의 클럽들과 에이전트, 유럽 출신 감독들이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선수들은 자칫 돈과 기회에 이끌려 중국으로 갈지도 모른다.한국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은 중국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이들을 영입하면 중국-한국에 홍보효과가 크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한국과 같은 조가 되면서 중국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중국의 한 인터넷 방송은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사고 한국 그것도 파주까지 방문해 한국대표팀의 훈련과 일상,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보내는 기성용,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 손흥민(24·토트넘 핫스퍼) 등의 훈련 모습은 중국 축구팬들도 설레게 한다.중국 축구시장에 밝은 관계자들은 "중국 황사머니는 일단 스타급 선수들을 대상으로 삼는데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한국 선수들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중국 문화에 적응이 수월하고 기본적인 인지도도 갖고 있으며 능력도 검증이 됐다. 외국인 감독들도 평소 유럽에서 눈여겨 봤던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술 이해도도 좋고 외국생활로 중국 선수들보다 자신들과 더 소통이 잘 될 것으로 여긴다. 지난달 11일 상하이 선화를 떠난 그레고리오 만사노 감독(60)은 "중국 선수들은 전술 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한국 선수들이 감독-중국 선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전술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중국슈퍼리그 로고

유럽에서 소속팀 입지가 좋지 않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좋은 제의가 오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우선 돈이 유혹한다. 유럽리거들은 대표팀 소집 때마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부 선수들은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체력이다. 모 지도자는 "요즘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로 대표팀 소집을 꼽았다. 대표팀 경기를 위해 유럽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체력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는 대표팀의 관리 책임일수도, 개인의 책임일수도 있다. 중국에서 뛰면 대표팀 소집때 몸이 덜 힘들다. 대표팀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선수들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이점이다.역할과 기회도 중요한 요소. 홍정호(27·장쑤 쑤닝)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이적한 후 가장 큰 변화로 역할을 꼽는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중앙 수비 파트너에 내가 맞추는 역할을 많이 하지만 중국에서는 스스로가 주도해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때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데 욕심을 내고 중심이 되고 싶은 마음들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출전 기회도 확실히 늘어난다. 뛰고 싶다면 중국을 택할 수 있다.개인의 선택 문제지만 중국을 간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모 관계자는 "중국리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에서 뛰다가 중국으로 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기회비용의 문제다. 중국에서 뛰면 유럽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을 포기해야 한다. 중국시장이 컸지만 여전히 유럽은 세계 축구의 중심지다. 유명 축구 분석가 조나단 윌슨의 말을 빌리자면, '축구는 하나의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한다. 발전하는 무대이자 중심지는 아직 유럽이다. 유럽의 시스템과 전술, 축구 자체에서 배울 것들이 더 많이 있다. 기성용의 거절은 긍정 신호다. 1월 겨울이적시장이 열리면 황사의 유혹은 더 거세질 것이다. 기성용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기성용과 같이 유럽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은 "어떤 제의가 와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고 그는 대표적인 경우다. 중국 축구시장이 커지고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도 본인이 잘하면 나쁠 것이 없다. 대신 중국이 돈만이 아닌 정말 유럽보다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하는 시점이 됐을 때 가도 늦지 않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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