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야정 협의체, 정치권 합의가 우선…의제 등 구체 논의할 것'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는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정치권이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 협의체가 다룰 의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국무총리실 고위관계자는 12일 "오늘 여야 3당의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동 결과를 주시할 것"이라며 "여야가 시급한 경제, 민생 문제에 집중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한다면 정부도 이를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가 논의할 의제와 관련해 "쟁점이 되는 이슈의 경우 국회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권한대행은 기존 정책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야당과 협의를 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그는 또 "지속적으로 야당과 협의를 할 여당 내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여당 내부의 갈등이 있는 만큼 당 내부의 조직을 정비할 만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친박·비박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지도부 교체는 물론 분당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내부적인 이유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국정 역사교과서나 사드 등을 의제로 제시하면 여당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생, 경제, 일자리 등을 우선 협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게 된다면 여야정 협의체가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정부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요구를 정부가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총리실의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이 만들어온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협의체가 어떤 의제를 다룰 지, 누가 참여할 지 등에 대해 검토를 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쟁점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하더라도 정부가 허수아비 노릇을 하지 않고, 일부분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비춘 것으로 보인다.야당이 협의체에서 장관 교체 등을 요구할 경우, 여당과 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인사 지연에 따른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당장 인사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가 구성된 이후에는 여야정이 합의를 통해 주요 국무위원을 바꿀 수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도 다분하다. 황 권한대행이 협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도 관심을 끈다. 친박계에서 황 권한대행을 유력한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고 있는 가운데, 황 권한대행이 여야정 협의체에서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보다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2004년 당시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제한적으로 국정을 관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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