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D-Day]‘운명의 날’ 與野 3당, 막바지 표 단속

野 “탄핵은 구국·민생의 길”, 비박 “건강한 보수 지킬 것”與 비상시국회의 33명 아침회동, “탄핵가결” 결의 다져친박 다수인 초·재선 80여명은 대부분 침묵, 운명 가를 듯[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유제훈 기자, 홍유라 기자] 운명의 '디데이(D-day)'를 맞은 여의도 국회는 9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막바지 표 단속에 나섰다.

9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의 비상시국회의

 오후 3시 본회의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의 열쇠를 쥔 여당 비주류는 오전 8시 가장 먼저 회동했다.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주류 측 비상시국위원회에는 무려 33명의 의원들이 참석, "탄핵안이 가결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야권 172명에 여당 의원 28명만 더해지면 탄핵안은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충족한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일부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의 이탈 요인으로 지적받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고민한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단했다"고 전했다. 황 의원은 "광장에서 국민이 요구했던 건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며, 보수의 건강한 가치를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야권 인사들이 제기해 온 '탄핵 후 즉각 하야'나 '황교안 국무총리 교체'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주류인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는 전날 밤부터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켜주자"고 요청했다. 일부 비박 진영 의원들도 대상이었다.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던 80여명의 초ㆍ재선 의원들은 이날도 대부분 침묵했다. 친박이 다수를 차지하는 초ㆍ재선 의원들은 탄핵안 가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당내에선 목소리가 사라진 이들 초ㆍ재선 의원들의 숨은 '표심'이 탄핵안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를 상징하는 깃발

 이런 가운데 '개헌론자'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개헌 관련 회의에 참석, "오늘 예정된 탄핵 일정의 큰 고비를 넘기면 개헌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며 거듭 개헌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결사항전'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은 구국의 길이자, 민생의 길"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기관으로서 국회는 국민의 명령과 헌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할 엄숙한 의무 앞에 있다"고 밝혔다. 추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당 대표실 벽을 장식한 '백드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2항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비상 의총을 열어 전열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전날부터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은 표결 직전까지 진행된다.  일각에선 탄핵 부결에 대한 두려움도 감지된다. 추 대표는 "탄핵으로 조속히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도 "역사의 변화에 맞선다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당은 탄핵 소추안 가결에 정치적 명운(命運)을 걸었다. 전날부터 의총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국회에서 철야했다. 이날 의총도 오전 9시 일찌감치 소집해 대책과 전망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분주한 것은 지난 1일 탄핵안 발의 무산 이후 발의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오해를 사면서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낙관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220표의 찬성표가 나올 것이란 예측도 흘러나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조심스럽게 오늘 탄핵안은 가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전날 오후부터 일반인의 국회 경내 출입을 제한했다. 경내의 시국토론회나 집회도 모두 금지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본청 앞 잔디밭에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대신 국회는 100명의 시민에게 탄핵안 표결 처리가 진행되는 본회의 참관을 허용키로 했다. 정의당 등 일부 야당은 국회 맞은편 대로에서 농성을 벌였고, 시민단체들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한 전략적인 압박 시위를 이어갔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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