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 포기 압박' 의혹 차관과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金 딴 수영영웅의 엇갈린 운명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엇갈린 운명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5)이 수갑을 차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7일, 박태환(27)이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다. 캐나다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세계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34초59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지난달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4관왕(자유형 100ㆍ200ㆍ400ㆍ1500m)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성기를 재현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기는 박태환이 처음이다. 올림픽에 나섰던 선수들이 체력을 비축하는 12월에도 제 길을 꿋꿋이 걸으며 부활을 알렸다. 올해는 최악의 해가 될 수 있었다. 2014년 9월 받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렸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가로막혀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까지 호소한 끝에 대회 한 달여를 앞두고 겨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자유형 400m와 200m에 이어 100m에서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유형 15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했다.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훈련량 부족, 기량 저하 등이 이유로 거론됐지만 특별한 속사정이 있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25일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태환 측은 "김 전 차관이 박 선수의 소속사 관계자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교수 자리를 받도록 힘써주겠다'며 회유했다"고 했다. 또 "'서로 앙금이 생기면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은 지난달 21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다"고 했다. "기업 후원이나 대학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박태환 등 명망 있는 선수들을 하나씩 제거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측에서 박태환에게 몰래 금지약물을 투여해 박태환의 명예를 깎아내리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태환의 측근 A씨는 "오래 전부터 정부 인사들의 눈엣가시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후 청와대의 오찬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라고 했다. 그는 "태릉선수촌에 입소하지 않고 따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등 정부의 체육정책에 여러 차례 반한 점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박태환을 협박한 김 전 차관은 지난달 21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3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대한체육회를 대신해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할 수 있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를 후원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수갑을 찬 채로 국회 청문회장에 도착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어지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또 한 번 감당해야 했던 박태환과 처지가 뒤바뀐 모습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문화레저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