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정부가 한진해운 선박 141척의 하역 작업을 모두 완료하며 '한진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밝혔지만 업계와는 시각차가 있다. 아직 목적지까지 보내지 못한 화물이 바다 위를 항해 중인데다 계약 화물의 5.8%가 화주에게 인도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등 '한진발 물류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서둘러 '하역완료'를 선언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달리 물류대란의 완전한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역한 한진비엔나호에 실려 있던 화물들은 최종 목적지인 중국ㆍ한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26일 밴쿠버항에서 '한진시애틀호'로 옮겨 실어졌다. 이 화물은 28일 밴쿠버항을 출발해 다음달 12일께 도쿄항에, 14일께 부산항에 도착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부산항에서 하역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이 경우 중국향 화물은 화주들이 직접 중국까지 운송해 가야 한다. 전체 화물 중 5.8%는 아직 화주들에게 인도되지 못하고 있다. 화주가 찾아가지 않고 전세계 항만 등에 대기중인 화물은 2만3000TEU에 달한다.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에 내려놓은 화물들은 화주가 새로운 선사를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중삼중의 비용 부담이 어려운 중소 영세업체가 화물인도를 포기할 경우 유랑 화물 처리 등 사태 수습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캐나다 밴쿠버 항만에서 '한진비엔나호'를 끝으로 총 141척(컨테이너선 97척ㆍ벌크선 44척)의 한진해운 선박 화물하역을 마쳤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 8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촉발된 물류대란으로 표류하던 화물들이 석달 만에 하역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조차 정부 발표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아직 대금결제를 받지 못한 업체들이 화물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완전한 하역완료라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성급한 발표가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내놨다. 당초 정부는 10월 말까지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의 90% 이상에서 하역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류대란에 대한 대비없이 덜컥 법정관리를 결정한 탓에 우왕좌왕하며 피해를 키웠고 수습은 계속 지체돼 왔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어졌고 파장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화물을 선박에서 내린 이후의 과정은 화주, 물류 주선업체와 한진해운 양자 간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선을 그었다"면서 "그랬던 정부의 이번 발표는 한진 사태를 속전속결로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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