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위기의 여성 리더십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우리나라는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사회의 여권 신장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후 지난 4년간 곳곳에서 사회 진출 성차별 지수인 '유리천장(Glass Ceiling)' 지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정부위원회 내 여성 비율이 2012년 25.7%에서 지난해 34.5%로 상승했고, 장·차관급 여성 비율과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같은 기간 각각 4.0%, 9.3%에서 6.6%와 12.0%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올해 발표된 유리천장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국 29개국 중 29위로 최하위 점수였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셈이다.나라가 시끄럽다. 분노한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외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에 대한 실망은 안타깝게도 여성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으로 바뀌어 전파되고 있다. 촛불 집회에 모인 성난 시민과 정치인, 언론인과 지식인 할 것 없이 젠더화한 (성별을 반영한)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혹자들은 서슴없이 얘기한다. 앞으로 10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여성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아울러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여성 각료들과 각 분야의 최고 의사 결정권에 있는 여성리더들에 대한 거품 인사론을 거론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갑자기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 리더들은 마치 실력보다는 운이나 줄 서기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돼버렸다. 또한, 신뢰할 수 없는 감성적 리더십의 대표 선수들로 비치는 상황이다.

위기의 여성 리더십 일러스트

대한민국의 절반은 여성이고 이미 대학교육 수혜자 비율에서 여학생이 남학생 비율을 넘어섰다. 우리가 이 폭풍우에 대한민국 여성 리더십에 대한 정확한 방향타를 설정하지 못한다면 꿈을 위해 하루하루 매진하고 있는 우리 딸들에게 미래 없는 대한민국을 안겨줄 것이다. 올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인을 둘러보면 1위는 오랫동안 이 분야 최상위급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61) 총리이다.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과 같은 이공계 출신자이자 정치인이며,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 수장이다. 그리고 여성이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후 독일이 안정적인 경제상황을 유지하고 유럽연합(EU) 정치를 주도하는 위치를 굳히기까지 지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국민의 신임과 사랑을 받으며 4연임에 도전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 외에도 세계적인 기업인 제너럴토머스(GM)의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배라, 페이스북 최고 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 유투브의 CEO 수전 보이치키, 휼렛패커드의 CEO 멕 휘트먼이 각각 5, 7, 8, 9위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재닛 옐런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각각 3위와 6위였다. 여성이기 이전에 정치, 금융, 경제 분야에서 남녀를 통틀어 최고의 위치에 오른 여성들이다. 우리 또한 가까운 미래에 이 리스트에 우리 선수들의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여성 또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비하와 혐오에서 한 발짝 떨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 사태와 여성이란 부분에 대해 엄격한 선을 긋지 않는다면, 촛불을 들고 서 있는 대한민국의 딸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잠재적 기회 박탈에 따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리더들과 우리의 차세대 리더가 될 딸들에게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 돼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핵심가치이다. 따라서 이 가치가 이번 일로 손상 받지 않도록 먼 곳을 바라보며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을 응원하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역량 있는 여성 리더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도전의 무대를 제공하자.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