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나라의 정상외교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오는 19~20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하지만,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황 총리는 18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2016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그는 리마에 도착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 애틀란타에 들러 동포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19~20일 1박2일 동안 리마에 머무르며 APEC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황 총리는 '질적 성장과 인간 개발'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 구조개혁과 혁신,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스마트팜(Smart Farm) 등 지속가능한 농업발전 전략과 지역맞춤식 농촌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고용 증진을 위한 역내 연계성 및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에도 참석해 역내 기업인들에게 규제 개혁 등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 개선 노력 등을 소개한다. APEC 회원국과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간의 비공식 대화에 참석해 페루·칠레·콜롬비아·멕시코 등 태평양동맹 국가들과의 협력기반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그러나, APEC 공식행사 외에 한반도 주변 4강 국가 정상과의 면담이나 예방 일정은 잡지 못했다. 회의가 열리는 페루의 알베르또 비스까라(Alberto Vizcarra) 1부통령과의 회담 등을 통해 인프라·방산·에너지·보건의료 등 양국간 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게 전부다. 페루 대통령 예방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여러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에서는 통상 양자회담을 통해서 물밑 협상을 벌이고, 굵직한 현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회의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다. 1989년 각료회의로 출범한 APEC이 1993년 정상회의로 격상된 후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빠짐없이 참석해 왔으며 총리가 대신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형식이 아닌 면담이나 예방 형식으로 각국 정상을 만나 우리 정부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특히, 북한 핵 개발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가 엄중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주요국들과의 협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박 대통령 대신 황 총리의 참석이 북핵 문제 등을 감안해 지난 9월에 결정된 일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정상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게 되더라도 정상회의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는데, 2개월 전에 정상회의 불참을 미리 정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뒷말도 나온다.한편, 황 총리는 귀국길에 미국 뉴욕에 들러 공공기관장들과 조찬을 가진 뒤 2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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