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서비스업지수 5년새 최악…소비부진·창업과잉·구조조정 한파까지 겹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내서 외식사업하기는 힘들다. 해외로 나가야한다."고급식당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외식 브랜드사업 전문업체인 S사 대표는 최근 지인들에게 종종 이같이 말하고 다닌다. 국내에 없던 새로운 외식문화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선도해왔지만 지속되는 경기불황에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까지 겹치면서 매출감소가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대표도 8~9월부터 매출이 50%가까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서 청탁금지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매출이 급감했다"면서 "인근 동종업계 사장들끼리 만나면 매출 떨어졌다는 얘기만 한다"고 토로했다.수년째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올해부터 본격화된 구조조정 한파,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식 경기가 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한식집, 중식집, 일식집, 뷔페 등 일반 음식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에 그쳤다. 이는 2011년 9월 83.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질환(MERSㆍ메르스)으로 외식 소비가 대폭 감소했을 때도 음식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6월 85.6, 7월 96.1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메르스 때보다도 못한 셈이다.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 등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2010년 지수를 100으로 놓고 100보다 높으면 2010년보다 생산활동이 활발해졌음을, 100 미만이면 생산활동이 둔화했음을 의미한다. 음식점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12월 106.0을 기록한 이후 올해 한번도 100을 넘지 못했다.이처럼 음식점업이 부침을 겪는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시장 쏠림에 따른 공급과잉도 있지만, 올해 불어닥친 구조조정 영향도 있다. 실제로 조선ㆍ철강업이 몰린 울산ㆍ거제 내 식당들은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았다. 3명 중 1명이 조선업에 종사하는 거제의 경우, 조선업 경기불황이 닥친 이후 1600여곳의 점포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동구청에 신고된 음식업 영업 현황을 보면 경영난으로 폐업한 식당은 지난해에만 150여개였다.여기에 청탁금지법도 한몫했다.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식사값 3만원 상한선이 일반 고객들에게도 암묵적으로 적용되면서 법인카드 사용도 감소하는 등 전체 고객이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세부 내용과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있어서는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사회'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였던 거 아니냐"면서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외식업체들만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청렴사회 만들기는커녕 서민경제만 죽여놨다"고 비판했다.지난달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을 맞아 실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8.5%가 지난 한달간 매출이 감소했다. 평균 매출감소율은 36.4%였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3만원 이하 식당으로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도 미미했다. 객단가 3만원 이하 식당의 65%는 매출이 줄었고, 매출이 는 곳은 2.1%에 그쳤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매출감소로 휴폐업을 고려하는 외식업체도 29.4%에 달했다.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식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관련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메르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대량 휴폐업 악몽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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