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가끔은 모두가 냉정할 필요가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2004년 6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경찰은 25개 식품회사가 단무지 공장에서 폐기되는 무 조각을 납품받아 만두소로 사용했다고 발표했고 정부는 해당 기업 리스트를 공개했다. 당시 필자 역시도 냉장고에 있던 해당업체의 만두를 모두 버린 기억이 있다.당시 언론의 파죽지세에 눌려 억울함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한 사장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다. 종국에는 자투리 무는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쓰레기 만두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 국제적으로도 한국산 만두 수입중단으로 이어져 국가적으로도 손실을 봤다.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뒤 부동의 1위를 지킨 삼양라면은 1989년 공업용 우지파동을 겪었다. 우지나 팜유의 포화지방의 비율이 그다지 차이가 없었지만 일방적으로 나쁜 것으로 매도돼 지금은 업계 2위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사건은 어언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먹을거리 파동이다.비슷한 사례로 유명 연예인이 광고모델과 경영을 했던 황토팩도 같은 기억이다. 우리 모두 황토의 효능을 잘 알고 있고 옛 선조들도 황토를 황토방이나 벽지 그리고 식용으로도 활용돼 지금까지 우리 삶의 곳곳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 장점을 알고 유명 연예인은 황토를 팩화 해 세계 무대에 처음으로 뛰어 들었다. 당시 유명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편을 제작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뉴스에서 황토에서 중금속이 나온다고 보도됐다. 황토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쇠구슬을 사용해 그 쇠구슬의 중금속 성분이 황토팩에서 극미량이 검출된다는 사실에 언론이 너무 과하게 반응해 결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지금 필자는 만두도 라면도 즐겨 먹고 아내와 딸은 마스크팩을 자주한다. 겨우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물론 만두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황토팩 사건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사건은 왠지 발생했을 때는 엄청난 것처럼 과장돼 큰 파장을 낳았지만 용두사미와 같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지난해의 백수오 사건도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매우 시끄러웠지만,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따지고 보면 만두나 황토팩처럼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친 사람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고 피해 입은 기업만 남은 형국이다. 이 사건은 백수오가 갱년기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다보니, 급격한 판매량 증가에 원료공급이 제대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었다. 진짜 백수오는 갱년기에 정말 좋다는 반증인데, 과거 만두나 마스크팩처럼 진짜 백수오마저 찜찜한 대우를 받고 있다.한 집단의 의혹제기가 언론에 의해서 증폭되는 왜곡현상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양치기소년, 그리고 의혹을 전달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오히려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기업만 잔뜩 의심한다. 쉽사리 이런 관행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공업용 우지라면부터 백수오까지 양치기소년에 의해 피해 입은 수많은 기업들이 의혹을 벗어나게 되면 우리는 의혹과 현실을 구분해서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의혹제기 단계에 섣불리 예단하지 않는 소비자의 선진 의식도 필요하다.이런 상황에 소비자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피상적인 결과를 보기보다는 이 사건으로 누군가 이익을 득하는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같은 잣대를 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수많은 희생이 따랐던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만두, 황토팩, 백수오 사건 모두는 실제 소비자들의 피해는 없었던 것이 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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