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독대’ 대기업 총수 전원 소환 방침···권력-재벌 ‘뒷거래’ 초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개입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지목된 재벌 총수들을 모두 불러 조사키로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최순실·차은택(모두 구속)씨에 대한 특혜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뒷거래’인지 대가성 여부 규명이 관건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 사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삼성, LG, 롯데, CJ 등과 더불어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지목된 대기업집단의 최대주주 총수 내지 대리자다. 검찰은 이르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나머지 면담 대상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독대 기업 총수들도 모두 소환조사할 것"이라면서 다만 "검찰 출석 전까지는 구체적인 소환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댄 국내 53개 기업 전수 조사방침을 세우고, 그간 각 그룹 대관 업무 담당 임원이나 서면 자술서를 통해 출연 경위를 파악해 왔지만 이르면 이번 주말로 관측되는 박 대통령 본인 조사를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조사석에 앉히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공식 행사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내 놓은 박 대통령은 당일과 이튿날에 걸쳐 따로 일부 총수들과 개별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시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불과 석 달 앞둬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재계 사이에 모금 독려와 민원 청탁이 교환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이른바 원샷법), 서비스기본법 등 재계 구미에 맞는 경제정책 일반은 물론 개별 그룹마다 총수가 구속 수감됐거나 검찰 수사를 앞두는 등 사정(司正)라인 가동 여부 등이 직접 언급됐을 경우 행정부 수반의 직·간접적 ‘뇌물수수’로 번진다. 재단은 물론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지원 등 크게 손을 벌린 삼성의 경우 당면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승계구도 재편을 두고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사격이나 삼성생명 등 중간금융지주 허용 여부 등 아쉬울 대목이 많았다. 롯데, 부영 등 최씨 측과 돈거래 논의가 오간 일부 기업의 경우 검찰 수사정보나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이 오간 의혹이 불거졌다. 독대 기업으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포스코, KT의 경우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씨의 이권개입을 청와대가 지원사격하며 임원 인사부터 계약 체결까지 주무른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지난 11일 불러 15시간 밤샘 조사 뒤 돌려보냈다. SK, CJ의 경우 최태원, 이재현 회장 대신 김창근 의장, 손경식 회장 등이 이미 조사가 이뤄졌거나 조사대상 물망에 올라 있다. 이들 그룹은 기업범죄로 총수가 모두 부재중이었고, 각각 작년과 올해 8·15 특별사면으로 총수가 방면된 유일한 사례들이다. SK는 삼성 204억원, 현대차 128억원에 이은 111억원을 재단에 쏟아 부었고, CJ는 차은택씨가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관련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한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영진을 겁박한 정황도 나왔다. 재단을 매개로 삼은 국내 대기업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결고리 단초가 포착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특성상 통상의 수뢰사건보다 불법성 입증이 용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나서서 수발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지시, 최소한 묵인·방조 없이 비선실세 전횡을 거들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재단’의 경우 단기간 내 쌓인 774억을 두고 직접 소유관계나 그에 따른 대가성을 따져 묻기 쉽지 않았다. 검찰이 불법설립 및 강제모금의 실행범으로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을 일단 직권남용으로 체포·구속한 배경이다. 최씨가 단지 민원창구로 지목될 경우 국정농단 의혹에 더해 ‘알선수재’ 형사책임이 얹어질지언정, 최씨와 박 대통령 간 의사연락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은 그물망을 빠져나갈 소지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괴 뇌물 사건에서 정책 결정·집행이나 제도 운용에 있어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자금을 내놓아도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으며,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유무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 현 대통령제의 특성 탓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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